[최창남 칼럼] 숲에서 세상을 만나다 <2>

서로 다르기 때문에 숲을 이룰 수 있는 것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나와 다른 것들을 배척하고 몰아내기 위한 광풍이 어느 곳을 가릴 것 없이 몰아치고 있다.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호불호를 떠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거치며 서로 다른 가치와 문화를 존중하고 받아들임으로 사회의 다양성을 담보하는 성숙한 사회의 모습이나 사회의식, 공동체의식, 민주 의식 등은 이미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전 이명박 정권 때부터 시작된 이러한 광풍은 박근혜 정권 들어 더욱 가속화 되며 심화되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은 유신개발독재시대로 회귀할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제2의 새마을운동을 시작하여 국민의식을 변화시키고 통합하겠다는 어처구나 없는 발상을 드러냈다. 또한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거나 문제 제기를 하는 이들을 모두 힘으로 찍어 누르며 배척하고 제거하고 있다.

국민 모두를 유신시대처럼 하나의 의식으로 획일화시키고 권력의 힘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부는 정당한 문제 제기에도 조금도 귀 기울이지 않고 철저히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탄압하고 있다.

이미 그 절차적 부당성 뿐 아니라 해군 기지를 건설 장소로도 적합하지 않은 것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고 있는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이나 밀양 송전탑 문제 그리고 쌍용차 문제 뿐 아니라 짧게는 수십 일에서 길게는 수백 일에 이르도록 지속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농성에 이르기까지 모두 외면당하고 있다. 그 뿐인가. 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을 엮어 내란음모사건을 만들어 냄으로 국민들의 오래된 레드콤플렉스를 여지없이 자극할 뿐 아니라 국민들을 협박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이들의 손길은 군력 내부로도 향해 그들의 뜻에 동조하지 않으면 배제하고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해임과 윤석열 여주지검장의 국정원 댓글 수사팀에서 배제 등의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배제와 획일화의 논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심화되기는 하였지만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 있었다. 정도의 차이는 당연히 있겠지만 시민 사회나 소위 진보 진영 내에도 이러한 경향성은 존재해 왔다.
 
다르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것이고, 다르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상생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것인데, 우리 사회는 다른 것에 대한 존중보다는 다른 것에 대한 배제가 너무 익숙해져 왔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성과 풍토는 우리 사회에 적대감을 키우는데 일조했다. 다른 것에 대한 적대감이다. 다르기 때문에 하나인 것인데 다르기 때문에 배제하고 배척하고 적대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다른 것을 용납하지 않고 적대하지만 숲은 서로 다른 것을 용납할 뿐 아니라 환영한다.

숲에서는 다르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참나무도 굴참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등 다 다르다. 비슷한 것 같아도 소나무, 구상나무, 가문비나무, 주목 등도 다 다르다. 봄이면 온 산 하얗게 물들이는 조팝나무도 있고, 함박꽃나무도 있고, 오동나무도 있고, 동백꽃 나무도 있다. 계수나무도 있고, 보리수나무도 있다. 미선나무도 있고 붉나무도 있다. 후일 소나무나 참나무 대신 숲을 지배하게 될 서어나무들도 있다.

그 뿐인가? 꽃들도 있다. 진달래, 철죽, 개나리, 할미꽃, 붓꽃, 양지곷, 현호색, 산괴불주머니, 은방울꽃, 어수리, 궁궁이, 쏙, 쥐오줌풀, 며느리밥풀꽃, 수국, 백당나무꽃, 산오이풀, 꿀풀, 달맞이꽃, 바위구절초, 쑥부쟁이, 마타리, 이질풀, 촛대승마, 기린초 등 수없이 많은 꽃들이 있다.

그 하나하나가 다 다르다.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제각기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다르다고 탓하는 이들은 하나도 없다. 탓하기는커녕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간다. 각자 제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다른 생명들을 지키고 살리는 길이다.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숲은 생명 가득한 풍성한 숲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수많은 생명 함께 더불어 사는 숲은 이루어진다.  

나무는 나무대로, 꽃은 꽃대로, 풀은 풀대로, 벌레는 벌레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구름은 구름대로 저마다 제 모습 지키며 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생명공동체인 숲이 이루어진다.   

다르기 때문에 숲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무리 참나무가 좋은 나무라고 하더라도 참나무만 있는 숲은 건강한 숲이 될 수 없다.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제각기 삶을 살아갈 때 숲이라는 하나의 공동체는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나와 다른 것들에 대한 존중심을 소중히 품어 키워 나갈 때에만 비로소 다른 것에 대한 배제와 획일화의 모든 시도들과 맞서 싸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 생각과 신념과 사상이 옳다는 믿음 때문에 나와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을 우리 내부에서부터 배제하기 시작한다면 결코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배제와 획일화의 싸움에서도 이길 수 없다.

우리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하나가 될 수 있고,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살리는 상생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최창남 백두대간 하늘길 이사장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공무원U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주요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