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촛불 민심이 드디어 횃불이 되어 타올랐다. 26일, 서울 광화문 일대150만, 전국적으로는 190만 촛불이 박근혜 퇴진 행렬에 나섰다. 역대 최대 규모의 인파다. 집회를 주최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지역별 참가 인원을 추가 집계하고 있어 이날 집회 참가자는 2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후부터 첫눈이 내리다 비로 바뀌며 기온이 뚝 떨어졌지만 궂은 날씨도 성난 민심이 거리로 나서는 것을 막지 못했다.
26일 오후 6시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5차 범국민 촛불집회는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발언들과 문화공연으로 진행됐다. 광화문 광장 일대와 시청 주변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대형 화면이 곳곳에 설치됐다. 가수 안치환 씨와 양희은 씨가 무대에 올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상록수’ 등을 불러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우리가 든 촛불은 박근혜가 짓밟은 민주주의를 되살리는 등불이고 우리의 함성은 민심을 거역한 대통령은 퇴진하라는 주권자의 명령”이라며 “오는 30일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돌입한다. 국민 모두가 각자의 일터에서 일손을 놓고 저항의 힘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오후 8시엔 1분 동안 모든 불을 끄는 ‘저항의 1분 소등’으로 광장 일대가 어둠에 잠기는 퍼포먼스가 진행되기도 했다.
집회가 마무리된 후 시민들은 세종대로 사거리부터 종로와 을지로, 사직터널과 독립문역 등의 코스를 행진하며 박근혜 퇴진을 외쳤으며 광화문 주변에는 ‘횃불’을 든 시위대의 행진도 이어졌다. 사상 최대의 인파가 몰렸으나 집회와 행진은 평화롭게 진행됐다. 광화문 광장 일대를 에워싼 경찰차량에는 시민들이 붙인 꽃 스티커들도 눈에 띄었다.
시민들이 행진을 시작한 후에도 광화문 광장에는 시민들의 자유 발언과 4개 종단 성직자들로 구성된 ‘하늘소리’, 펑크록밴드 ‘노브래인’의 공연이 이어지며 집회는 축제와 같은 분위기로 이어졌다. 1박 2일로 계획된 이날 집회는 다음날 새벽 5시까지 계속된다.
본대회 이전인 오후 4시, 퇴진행동은 청와대를 인근을 포위하는 ‘인간띠 잇기’를 진행했다.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은 청와대에서 200미터 떨어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를 향해 행진했다.
경찰은 퇴진행동이 이날 집회행진 경로로 신고한 18곳 중 교통소통을 이유로 청운동사무소 등 4곳의 집회와 행진을 금지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25일, 참여연대가 제기한 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경복궁역교차로에서 청운동사무소 및 창성동정부청사, 경복궁교차로에서 동십자각을 거쳐 청와대 가는 길까지의 행진이 가능해졌지만 법원은 안전사고의 위험을 들어 17시 30분전까지만 허용했다.
효자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백번도 넘게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외치고 또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