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와라 박근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2차 범국민행동에 몰린 성난 군중의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앞서 오후 2시 같은 자리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으로 이미 2만여 명의 추모객들로 가득 찼던 광장은 오후 4시가 넘어가면서 밀려드는 인파로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뿐 아니라 광화문 광장 양 옆의 세종대로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주최측은 20만 명에 이르는 규모라고 추정하고 있다.
지난 29일 열린 1차 범국민대회도 대회를 주최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2만 명의 시민이 몰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한 폭발하는 민심의 분노를 보여준 바 있다.
2차 범국민행동이 열리기 전날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사과했으나 이날 광화문광장에 시민들은 “사과말고 퇴진하라”고 응답했다.
4.16 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의 발언으로 시작된 이날 대회는 시국선언에 나선 대학생들과 시국선언에 서명한 교사, 교수, 목사, 세 아이를 둔 가정주부 등 각계 각층의 발언이 이어졌다.
전명선 위원장은 “박근혜 정권은 더 이상 이 나라를 통치할 수 없다. 이제 우리가 행동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발언자들은 박근혜-최순실의 헌정 유린 사태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국가를 농단한 이들에 대한 풍자와 조롱을 잊지 않았다.
최창식 교사가 ‘학교 이름은 순실고, 학생은 박근혜, 1교시 국어 연설문 고쳐쓰기, … 4교시 한국사 국정교과서 만들기, …7교시 체육 삽질하기’ 등 현 사태를 비꼬는 ‘순실교 시간표’를 발표하자 집회 참가자들은 크게 웃으며 환호했다.
또한 래퍼 제리케이의 ‘하야해’ 랩 공연과 4.16 세월호 유가족들의 합창 공연도 곁들어지며 대회의 열기를 더했다.
집회 참가자들 중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을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며 지난 2일부터 청계광장 촛불집회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원내정당으로는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당론으로 확정한 정의당 의원들, 무소속 김종훈, 윤종오 의원 등이 대회의 맨 앞자리에 앉아 자리를 지켰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과 김병관 의원도 눈에 띄었다.
참가자들은 1부 대회를 마친 후 촛불을 들고 종로와 을지로를 거쳐 서울광장을 돌아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와 2부 행사를 이어갔다. 수만 명의 시민들이 ‘박근혜 하야해’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외치며 행진하자 행인들은 박수를 치거나 함께 구호를 외치는 등 시위 행렬을 응원했다.
경찰은 이날 세종로 거리행진을 금지 통고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참여연대가 신청한 ‘금지통고 집행정지’ 청구를 인정했다.
이날 ‘박근혜 하야 촉구 촛불집회’는 서울뿐 아니라 강원 원주, 경남 김해, 광주, 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