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폭력 처벌 한 목소리, 박근혜 하야도 한 목소리

백남기 농민 영결식," 투쟁의 끝이 아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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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백남기 농민이 5일, 마침내 고향인 전남 보성으로 돌아갔다. 지난 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를 위해 상경한 지 356일 만이다.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 물대포에 맞은 그는 317일 동안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다 9월 25일 영면했다. 그러나 시신으로조차 그는 편안히 고향으로 내려갈 수 없었다. 검경이 물대포로 사망한 분명한 사인을 놓고도 부검을 시도하며 유족·시민사회와 대치했기 때문이다. 결국 고인의 시신을 지키는 수많은 시민들이 부검을 막아내 사망 후 41일 만에 장례를 치르게 됐다.

고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이 5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됐다.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에는 시민 2만여 명이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영결식은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국가폭력뿐 아니라 최근 드러난 헌정 유린과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분노,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으로 채워졌다.

▲ 고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2만여 명의 추모객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 고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2만여 명의 추모객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백남기 농민이 지난 해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쓰러진 후부터 지금부터 국가 폭력을 규탄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투쟁을 벌여왔던 백남기 투쟁본부는 결의문에서 “오늘 우리는 백남기 농민을 보내며 끝나지 않는 투쟁의 시작을 선포한다”며 “생명을 담은 물로 사람 죽이는 무기로 만들어 쏜 사람, 쏘라고 시킨 사람, 이 모두를 진두지휘한 책임자까지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처벌하겠다. 국가 폭력 없는 세상, 국민을 살리는 국가를 만들 것”이라고 결의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추도사를 대독한 최종진 직무대행은 “맨손이었다. 쏟아지는 물대포를 맞으며 우의 하나 걸치지 않았다. 그 자리는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라며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이 정권의 만행을 처벌도 못했는데 어찌 먼 길 보내드려야 할지 황망하기만 하다.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이 옥중에 있는 한상균 위원장의 추모사를 대독하고 있다.
▲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이 옥중에 있는 한상균 위원장의 추모사를 대독하고 있다.
▲ 영결식 참가자들은 특검을 실시해 국가 폭력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 영결식 참가자들은 특검을 실시해 국가 폭력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영결식에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 무소속 김종훈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 주요 야권 인사들이 참석해 주목을 끌었다. 이들은 추도사를 통해 백남기 농민을 사망케 한 국가 폭력을 한 목소리로 규탄했으며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 실시를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추미애 대표는 “폭압적 공권력은 국민 목숨을 희생시키고 1년이 지나도록 사과조차 없다. 무너진 헌정질서를 마비시키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무도한 집권 세력은 오히려 국가 폭력을 비호하며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능욕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자격 없는 대통령이 국가 근간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국민은 목도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은 한시바삐 국정에서 손을 떼고 내려와야 한다. 국민의 뜻을 거역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정권퇴진 운동에 들어갈 것을 재차 경고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아직도 이 땅에서 공권력에 의한 죽음이 사라지지 않아 착잡하다”면서 “반드시 특검으로 고인의 사인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는 “백남기 어르신의 목숨을 앗은 것도 모자라 두번세번 난도질한 그 무도한 정권을 단죄하지 못해 부끄럽다”며 “파렴치한 박근혜 정권이 파국에 치닫고 있다.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국민의 생명을 무참히 빼앗아간 정권을 단호히 끌어내리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살수차의 살인적 물줄기가 백남기 농민의 몸을 무너뜨리고 마침내 생명을 앗아갔다. 이것은 명백한 국가 폭력이자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불의한 권력의 정점에 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기필코 이뤄내겠다”며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을 이제는 끝내고 백남기 농민이 꿈꿨던 상식과 정의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유가족들은 "여기 모이신 분들이 함께 하지 않았다면 오늘까지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추모객들에게 인사했다.
▲ 유가족들은 "여기 모이신 분들이 함께 하지 않았다면 오늘까지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추모객들에게 인사했다.

백남기 농민의 큰딸 백도라지 씨는 “아버지는 그리 순탄한 삶을 살지 못했는데 가시는 길까지 이렇게 가시밭길일 줄은 몰랐다”며 “우리 가족들은 아직 제대로된 싸움은 시작하지도 않았다.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싸움의 시작이다. 내년 아버지 기일에는 반드시 승리의 소식을 들려주고 싶다. 꼭 특검이 시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 씨는 또한 “이 날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이 감사함은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영결식이 끝난 후, 고향 보성에 마련된 빈소로 돌아가는 고인은 6일 오전 전남 보성역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리는 노제 후 광주 망월동 5.18 구묘역에 안장된다.

1947년 전남 보성군에서 태어난 백남기 농민은 중앙대 재학 시절 유신 철폐 시위를 주도하다 옥고를 치르는 등 민주화 운동에도 투신했었다. 1981년 귀향 후, 농사를 짓기 시작한 그는 1986년엔 가톨릭 농민회에 가입해 ‘우리밀 살리기 운동본부’에서 활동하며 농업 살리기에 앞장서왔다.

▲ 무용가 김미선 씨가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살풀이춤을 공연했다.
▲ 무용가 김미선 씨가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살풀이춤을 공연했다.
▲ 영결식은 추모객들의 헌화로 마무리됐다.
▲ 영결식은 추모객들의 헌화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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