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한국월드비전충북지부, 사랑의 점심나누기 모금액 공개 촉구

“운영비 투명하게 밝히는 것, 160만 충북도민에 대한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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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비를 어디에 썼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히세요. 뭐가 무서워서 공개하지 못합니까. 충북도민이 호구고객입니까. 모금액의 집행내역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은 정성을 보내준 160만 충북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지난 8일 오전 충북 청주시장실 입구 풍경이다. 충북권 일간지인 <동양일보>와 한국월드비전 충북지부가 사랑의 점심나누기 캠페인으로 모금된 금액 중 일부를 전달하기 위해 방문하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본부(아래 충북본부) 임원 10여 명이 이들을 고성으로 맞은 것이다.

충북본부는 이들이 도착하기 30분 전부터 ‘충북도민이 정성스레 모금한 ‘사랑의 점심나누기’ 기금 70%는 어디로? 월드비전은 투명하게 밝혀라’라고 쓰인 현수막과 ‘충북도민이 봉이냐, 전국에서 충북만하는 점심나누기 중단하라, 충북공무원이 봉이냐, 월드비전 각성하라’라는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시청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 충북권 일간지인 동양일보와 월드비전 충북지부가 주최한 21회 사랑의 점심나누기 캠페인 지역지원사업비 전달식이 지난 6일 보은군, 옥천군, 영동군(왼쪽부터)에서 열렸다. 사진=동양일보
▲ 충북권 일간지인 동양일보와 월드비전 충북지부가 주최한 21회 사랑의 점심나누기 캠페인 지역지원사업비 전달식이 지난 6일 보은군, 옥천군, 영동군(왼쪽부터)에서 열렸다. 사진=동양일보
▲ 지난 5일 충북 단양군청에서 열린 사랑의 점심나누기 캠페인 지역지원사업비 전달식에 참석했던 충북권 일간지 동양일보 조철호 회장이 전국공무원노조 충북본부 임원들의 항의를 받으며 청사를 빠져 나가고 있다.
▲ 지난 5일 충북 단양군청에서 열린 사랑의 점심나누기 캠페인 지역지원사업비 전달식에 참석했던 충북권 일간지 동양일보 조철호 회장이 전국공무원노조 충북본부 임원들의 항의를 받으며 청사를 빠져 나가고 있다.

<동양일보>와 한국월드비전 충북지부가 지난 4월 충북도내를 순회하며 사랑의 점심나누기 캠페인을 통해 모금된 성금 중 30% 정도를 지난 5일부터 각 시·군을 방문해 전달하고 있다. 이에 충북본부가 모금된 금액의 사용처를 투명하게 밝히라며 피켓 시위에 나서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충북본부는 지난 1일 한국월드비전 본부장과 충북지부장에게 사랑의 점심나누기 모금액에 대한 상세한 집행내역을 공개해 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월드비전 측이 정보 공개를 미루는 등 요구를 묵살하자 피켓 시위로 실력행사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 충북본부의 주장이다.

한국월드비전 측은 사태가 불거지자 지난 7일 이용성 본부장 등이 충북본부를 방문해 ‘요청한 내용에 대해 성심성의껏 답변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과 한 장짜리 사업비 지출 내역을 전달했다. 이에 충북본부는 상세한 집행내역이 담기지 않았다며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을 경우 내년부터 이 행사를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사랑의 점심나누기 캠페인은 1996년부터 시작됐다. 그동안 한국월드비전이 도내 초등학교에 저금통을 보내 모금하던 것에서 충북도내를 순회하는 모금형태로 바뀌었다. 첫해 모금액은 1억2000만원이었고 1997년 7500만원이었으며, 2009년 9억원을 초과했다. 2012년부터 10억원이 넘는 모금실적을 거두고 있다.

올해 사랑의 점심나누기 캠페인은 지난 4월 충북도내 각 시군을 순회하며 진행됐다. 모금액은 9억7942만8020원으로 △충주시 1억662만3060원 △청원구 1억65만430원 △청주시 서원구 8660만2850원 △흥덕구 8510만3850원 △상당구 8267만1039원 △제천시 8094만9490원 △진천군 6169만9150원 △음성군 6006만3430원 △괴산군 5908만9380원 △보은군 5828만7040원 △옥천군 5815만9210원 △영동군 5706만1350원 △증평군 4203만730원 △단양군 4043만7011원 등이 모금됐다.

<동양일보> 여행경비, 광고비 받았다면 문제

한국월드비전 충북지부는 이 행사에 대해 남·북한 결식아동과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굶주리는 이웃을 돕기 위한 행사라고 밝혔다. 또 충북도교육청을 통해 도내 결식아동에 대한 중식지원비와 충북도내 각 시군의 저소득 가정 아동과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사업비로 사용돼 왔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에티오피아 6.25전쟁 참전용사들과 후손들의 자활을 돕는데 쓰였다고 밝히고 있다.

▲ 지난 7일 한국월드비전이 전국공무원노조 충북본부에 전달한 2015년 사랑의 점심나누기 모금현황과 지출내역 갈무리
▲ 지난 7일 한국월드비전이 전국공무원노조 충북본부에 전달한 2015년 사랑의 점심나누기 모금현황과 지출내역 갈무리

<동양일보>와 한국월드비전 충북지부는 지난해 사랑의 점심나누기 모금 행사를 통해 11억1571만8595원을 모금했다. 한국월드비전 충북지부가 지난 3월 충북 각 자치단체에 보낸 공문에서 △지역지원사업비 2억6100만원 △충북도내 세계시민교육문화사업 및 아동문화복지지원 2억3000만원 △사랑의 도시락 나눔의 집 2억171만8595원 △월드비전 해외사업 지원 2억원 △긴급구호사업지원 1억5000만원 △충북도교육청 7300만원 전달 등에 성금을 썼다고 밝혔다.

한국월드비전이 충북본부에 전달한 ‘2015년 충북지역본부 관련사업비 지출 내역’ 자료에는 국내사업비로 16억9896만1159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세부 항목에는 △용암복지관 7억6932만17월 △제천 FDC 5억20만4047원 △사랑의 도시락 1억3210만8117원 △꽃때말 공부방 1850만6948원 △위기지원 4882만2030원 △옹호사업 2억3천만원 등이다.

이어 해외사업비로 지역개발사업에 2억원과 긴급구호사업 1억5000만원 등 모두 3억5000만원을 지출했으며, 도내 시군 지원 사업에 3억3400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한국월드비전이 제공한 자료를 종합하면 2015년 모금한 액수보다 12억6724만2564원이 많은 23억8296만1159원을 충북에 지출했다는 주장이다.

한국월드비전 이용성 본부장은 8일 기자와 문자 인터뷰에서 “지역사회에서 모금된 금액은 10원짜리 하나라도 세입으로 잡고 전체 예산 속에 편입되며 세출도 마찬가지”라며 “지역사회에서 모금된 금액이 그 지역을 위해서만 쓰이는 게 아니라 전체 예산 속에서 인건비, 홍보비, 사업비 등 여러 항목으로 지출된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충북에서 11억 정도 모금이 되지만 실질적으로 23억 이상이 지원된다”며 “다른 지역에서 모금된 금액이 충북을 위해서 더 쓰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월드비전의 예산은 2500억원 정도이며 이 중 15% 이내에서 인건비, 홍보비 등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공무원 기부금법 위반과 관련해 행정자치부의 검토 의견 갈무리
▲ 공무원 기부금법 위반과 관련해 행정자치부의 검토 의견 갈무리

노정섭 공무원노조 충북본부장은 “충북도민이 낸 성금에 대해 상세한 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은 정성을 보내준 160만 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며 “우리의 요구는 66년을 이어온 월드비전의 숭고에 희생과 노력에 상처를 내기 위한 목적이 절대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노 본부장은 이어 “<동양일보>가 도민이 내 준 성금을 시·군을 순회하며 전달하는 것도 마뜩치 않고 더욱이 성금 모금에 법을 위반해 가며 공무원이 동원되는 사실을 용납 할 수 없다”며 “<동양일보>가 해외여행경비, 광고비 등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참여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와 반대라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이 같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세부 내역을 공개하라”고 덧붙였다.

<동양일보>와 한국월드비전 충북지부는 지난해 3월 인도·스리랑카를 10박 11일의 일정으로 여행했다. 여행목적은 사랑의 점심나누기 행사에서 모금된 성금으로 후원하기 위한 지원사업 모니터링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 여행에는 조철호 동양일보 회장, 유영선 동양일보 대표이사, 서관석·지영수 동양일보 부국장, 장영진 월드비전 충북지부장, 이창섭 월드비전 대리 등 6명이 동행했다.

기부금품 모집에 내몰리는 ‘앵벌이 공무원’

‘기부금품 모집’이란 서신, 광고, 그 밖의 방법으로 기부금품의 출연을 타인에게 의뢰·권유 또는 요구하는 행위(기부금품법 제2조 제2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그 소속 기관·공무원 등은 원칙적으로 기부금품 모집 금지(기부금품법 제5조 제1항)

위에서 언급된 법과 관련해 지난해 8월 충북도 복지정책과는 ‘민간단체 주관 모금행사와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의 행사일정, 장소 등 안내가 ‘기부금품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행정자치부에 물었다. 이에 행자부는 ‘자치단체 등은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 지난 3월 한국월드비전 충북지부가 충북도내 각 시군에 보낸 공문 갈무리
▲ 지난 3월 한국월드비전 충북지부가 충북도내 각 시군에 보낸 공문 갈무리
▲ 지난 3월 충북도내 A자치단체가 각 읍면사무소에 시달한 공문 갈무리
▲ 지난 3월 충북도내 A자치단체가 각 읍면사무소에 시달한 공문 갈무리

행자부는 그러면서 ‘이는 국가기관의 암묵적인 기부강요로 인한 국민의 재산권 침해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명시했다. 이어 ‘민간 주관 모금행사에 자치단체에서 행사 관련 안내 등 협조행위는 자치단체에서 모집활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기부금품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행자부의 유권해석이 현실에선 ‘전가의 보도’일 뿐이다. 기부금품 모금에 공무원이 동원되고 특히 언론사가 낀 모금행사에는 앵벌이로 내몰리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월드비전 충북지부는 지난 3월 ‘21회 사랑의 점심나누기 캠페인 안내 요청’이란 제하의 공문을 충북도내 각 시·군에 보냈다. 이 공문에는 캠페인명을 비롯해 기간, 대상, 내용 등이 담겼으며, 안내사항으로 캠페인 순회모금과 일정, 장소, 적극적인 참여 등을 안내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또 충북도내 각 시·군별 순회모금 일정을 소개했다.

이 공문에 따라 충북도내 A자치단체는 소속 읍·면사무소에 행사 계획을 알리고 성금모금에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해 달라는 공문과 함께 홍보 리플렛 3900부를 배부했다. 상급기관의 공문에 따라 B읍사무소는 이장을 비롯해 기관단체장, 관내 기업체 등에 성금 모금에 참여해 달라는 공문과 함께 안내문을 발송했으며, 우편요금은 읍사무소에서 부담했다.

▲ 지난 3월 충북도내 A자치단체 소속 B읍사무소의 공문 갈무리
▲ 지난 3월 충북도내 A자치단체 소속 B읍사무소의 공문 갈무리

충북도내 C자치단체의 사정은 더 심각했다. 언론사의 협조 요청을 받은 단체장이 각 부서장을 소집해 성금 모금 참여를 독려했고, 부서장들은 소속 직원들에게 자율이란 포장으로 성금 모금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다. 결국 공무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갑을 열어야 했다.

공무원노조 충북본부가 기부금 모금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지난 2012년 ‘공무원을 동원한 적십자 회비 모금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고 전국 최초로 적십자 회비 고지서 수령을 거부했다. 또 현역 충북도지사와 충북적십자사 회장을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노정섭 공무원노조 충북본부장은 “아무리 좋은 취지의 모금행사라도 현행법을 위반해 가면서까지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월드비전이나 적십자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징검다리 등은 민간단체인 만큼, 성금이 목표치에 미달하면 국가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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