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충북본부 제천시지부 김득영 지부장

“노동조합은 투쟁을 통해서만 탄탄해지고 성장할 수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본부 제천시지부는 지난 해 제천시의회 의원들의 권력형 이권 개입 비리 의혹을 앞장서 제기하며 제천시를 비롯한 충북 지역 시민사회의 ‘비리 의원 퇴진’ 운동을 이끌어냈다. 또한 7월 제천시 정기 인사의 부당성을 규탄하다 벌어진 노조탄압에 대해 단호히 대응함으로써 시측과의 협의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제천시지부 투쟁의 중심에는 “하나의 투쟁이 끝나면 또다른 투쟁이 기다리고 있기에 투쟁은 끝이 없다”고 말하는 김득영 제천시지부장이 있다. 10일 오후, 제천시청에서 김 지부장을 만났다.

▲ 공무원노조 충북본부 제천시지부 김득영 지부장
▲ 공무원노조 충북본부 제천시지부 김득영 지부장

부당한 인사에 항의하다 벌어진 노조 탄압에 단호히 맞서다

김 지부장에게 먼저 승진인사와 관련한 투쟁 상황에 대해 물었다. 제천시가 7월 8일 발표한 5급 이하 승진 및 전보 인사를 두고 제천시 공직사회가 술렁이며 시측과 노조가 크게 대립했다.

“제천시는 9급 입직부터 6급 승진까지 평균 21년이 걸린다. 현재 시에는 92년부터 99년까지 입직한 7급 직원이 50여 명이 넘는다. 그런데 지난 7월 정기인사에서 제천시는 2003년, 2004년에 입직한 7급 세 사람을 성과주의를 내세워 6급으로 승진시켰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지부는 즉각 7월 정기인사에 대해 무기명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200여 명이 답변한 설문결과는 75%가 “불공정한 인사”였으며 제천시장의 과도한 인사전횡에 대한 불만과 성토가 주를 이루었다고 한다. 제천시지부는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시장 면담을 요청하는 등 시측에 문제를 제기했고 운영위를 통해 인사 철회 투쟁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시와의 대립각은 이 과정에서 더 커졌다.

“협의과정에서 행정복지국장이 지금까지 잘 사용해온 노조사무실에 대한 법적 검토를 지시하고 노조간부인 운영위원들에 대한 복무 관리 철저 지시, 후원회원에 대한 조합원 가입 여부 조사와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노조탄압을 시작했다. 지부는 이 같은 노조 파괴 공작에 대해 전 조합원에게 메일을 통해 알리며 즉각적인 투쟁에 돌입했다. 제천시장의 노조파괴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내거는 한편, 7월 인사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자료로 배포하고 피켓시위에 들어갔다. 또한 제천시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결의대회 개최 등을 결의했다”

제천시지부의 이런 단호한 대응으로 제천시는 노조탄압 조치를 철회 등 지난 7월 26일 지부와 잠정합의서를 체결했다. 지부는 문제의 발단이 됐던 6급 정원을 현행 24%에서 28%로 늘리는 것과 7월 정기인사 및노조탄압을 주도했던 행정복지국장의 공개사과, 재발방지를 위해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단체교섭 등의 안이 포함된 잠정안을 27일과 28일 이틀 동안 조합원 총투표에 부쳤으며 84%가 투표에 참여해 82%가 찬성했다.

김득영 지부장은 이 투쟁의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지부장으로서 공무원 신분과 목숨을 걸고 조합원과 후원회원 명단은 공개하지 않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지부장을 구심점으로 단결하자”고 호소하며 조합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 제천시지부는 지난해 제천시의회 성명중 의장을 비롯한 시의회 일부 의원들의 청탁과 알선 의혹 등 비리를 집중적으로 이슈화해 제천시뿐 아니라 충북지역 시민사회의 투쟁을 이끌어냈다. 사진 = 공무원노조 제천시지부
▲ 제천시지부는 지난해 제천시의회 성명중 의장을 비롯한 시의회 일부 의원들의 청탁과 알선 의혹 등 비리를 집중적으로 이슈화해 제천시뿐 아니라 충북지역 시민사회의 투쟁을 이끌어냈다. 사진 = 공무원노조 제천시지부

제천시의회 청탁 비리 근절 투쟁

지난 해 내내 제천시지부는 제천시의회의 성명중 의장과 일부 시의원들이 연루된 청탁 압력 행사와 불법 알선 등 이권개입에 대해 진상규명과 처벌을 요구하고 비리 근절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여왔다. 성 의장은 제천시가 발주한 장애인체육관 신축 공사와 자신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업체에 안전점검 계약을 몰아주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조합원들의 제보로 이 사실을 확인한 제천시지부는 성명서와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현수막과 선전물을 통해 시민들에게 알려나갔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과 제천농민회, 제천참여연대 등 제천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시의원 청탁 비리 근절을 위한 제천시민공동대책위’(공대위)가 꾸려졌다. 공대위는 지난해 11월, 성 의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지부장은 “시의회 의장을 상대로 투쟁하기가 쉽지 않지만 공무원노조 지부장으로서 잘못된 부분을 눈 감고 넘어갈 수 없었다. 예산과 감사, 조사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시의원들이 압력을 행사해 비리에 연루된 고리를 끊어야 했기 때문에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전폭적 지지도 받았다”고 당시 투쟁에 임했던 각오를 밝혔다.

성명중 의장은 자신에 대한 공사청탁과 이권개입 의혹을 제기한 김득영 지부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나 김 지부장은 지난 5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성 의장이 “제천시 산하 건물 전기 대행사 계약 선정에 개입하거나 청탁한 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며 김 지부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성 의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제천시지부 강력한 투쟁의 동력

김득영 지부장은 러닝메이트인 권범수 수석부지부장과 함께 지난 2015년 2월, 제천시지부 제7기 임원진 선거에서 당선됐다. 당시 선거는 지부 최초로 3개팀이 후보로 출마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으나 김 지부장은 결선투표 없이 당선됐다.

시종일관 진지하게 투쟁 상황을 이야기하던 김 지부장은 선거와 관련해선 “제천지부에서는 최소 7년은 간부 활동을 거쳐야 지부장 출마 자격이 주어진다는 암묵적 분위기가 있다. 직협 때부터 시작해 대의원과 후생복지부장, 사무국장, 수석부지부장을 거친 저는 제천지부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것”이라고 말하며 넉살 좋게 웃었다. 하지만 곧 ‘진지한’ 자세로 돌아왔다.

그는 “지부장 출마하려면 7년이란 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간부 활동 안했던 집행부, 어려운 탄압 겪어보지 못한 집행부가 당선되면 탄압이 오면 바로 꺾어진다. 조직의 전체적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면 집행부는 투쟁을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지부장은 계속해서 ‘노동조합은 투쟁을 통해서만 탄탄해지고 성장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드러냈다.

“평상시에도 자치단체장과의 관계에서 합의를 쉽게 하려고 해선 안 된다. 그럼 주는 것만 받는 자판기 노조가 된다. 말로 요구해서 들어주는 것만 가지고는 조직은 발전할 수 없다. 요구해서 안 들어주면 투쟁 계획을 세워 빼앗아 와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 노조 얘기를 무시하지 못한다. 이번 인사와 관련한 투쟁에서 제천시는 제천시지부의 역량을 새삼 느꼈을 것이다”

▲ 김득영 지부장은 "지부장으로 출마 당시 투쟁을 결정하는 부분은 반드시 조합원에게 묻는다는 원칙은 처음이나 지금도 마찬가지다. 조합원들이 결정한 사항은 어떤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반드시 집행한다, 어떤 압력이나 탄압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마음은 흔들림이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 김득영 지부장은 "지부장으로 출마 당시 투쟁을 결정하는 부분은 반드시 조합원에게 묻는다는 원칙은 처음이나 지금도 마찬가지다. 조합원들이 결정한 사항은 어떤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반드시 집행한다, 어떤 압력이나 탄압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마음은 흔들림이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제천시지부는 성과퇴출제 폐지 투쟁과 관련해서도 제천시 전 직원이 적극 동참하는 등 높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제천시지부가 조합원들의 강력한 신뢰 속에 지부를 탄탄히 이끌어 가는 동력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노동조합 투쟁에서 가장 힘을 모을 수 있는 부분은 간부 몇 사람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게 아니라 전체 조합원의 의견을 듣고 그 결정사항을 집행하는 것이다. 어떤 투쟁 사안이라도 제천시지부는 조합원들에게 메일이나 내부 통신망을 통해 기승전결의 전 과정뿐 아니라 투쟁 방법과 투쟁의 강도도 알린다. 그런 뒤에 운영위와 대대를 거쳐 승인을 거친다”

그는 대의원대회 등 조합원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집행부의 강한 의지를 피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집행부에서 소극적으로 대처하면 조합원들은 겁을 내고 위축되기 마련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되, 자신감을 가지고 어떤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갈 테니 지지해달라고 하면 조합원도 집행부를 신뢰한다. 지난 제천시의회 투쟁뿐 아니라 행자부의 성과급 관련 공문에 대해서도 내부통신망 통해 잘못된 부분 반박하면서 알려나갔다”

조합원들에게 주요 사안에 대해 투명하게 다 공개하고 철저하게 조합원들의 손으로 결정하게 하는 것, 그리고 투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압에 대해 집행부가 책임지겠다는 단호한 결기를 보이는 것이 제천시지부가 조합원들의 투쟁 동력을 이끄는 힘인 셈이다.

지난 해 2월 당선된 김 지부장은 이제 임기를 6개월 가량 남기고 있다. 남은 6개월 동안 김 지부장은 어떤 활동에 중점을 두게 될까.

김 지부장은 “지금까지 해온 그대로 할 것이다. 12월까지는 성과퇴출제 폐지 투쟁에 한 사람이라도 더 동참할 수 있겠끔 중점을 두고 지부 일상 사업을 비롯해 조합과 본부의 지침을 집행하는 데 철저를 기할 것이다”며 앞으로 남은 임기도 지금처럼 “뚜벅뚜벅, 씩씩하게 가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없는지 묻자 김 지부장은 “간부 활동가들이 탄압이나 어려움이 밀려오면 조합원들 핑계를 대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활동은 하지 않고 간부로서 누려야할 부분만 누리려 한다면 조합원들 신뢰도 못 얻고 그렇게 되면 어떤 투쟁에서도 승리할 수 없다. 간부가 원칙을 갖고 흔들리지 않고 투쟁에 임하면 조합원들은 배반하지 않는다. 조합원이 단결하면 관료들은 두려워한다”며 투쟁 성패를 조합원 탓으로 돌리는 경향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공무원노조가 단결의 구심점이 돼서 공직 사회의 잘못된 부분이 한 가지씩 바꿔나가는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노조 활동을 하게 됐다는 김 지부장에겐 단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노조 활동가와 가장의 역할을 둘 다 잘 하긴 힘들었다. 운영위원을 할 때 딸과 아들이 고등학생, 중학생이었는데 그때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린다. 아내에게도 마찬가지로 미안하고. 정부의 탄압은 지금도 전혀 두렵지 않은데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제대로 못해 준 부분은 제 마음 속에 늘 짐으로 있다”며 그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공무원U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주요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