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염수진 서울본부 관악구지부 조합원

직장 생활하면서 애 키우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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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생활 23년, 결혼생활 12년 된 워킹맘이지만 아직도 일과 가정의 양립은 답이 안 나오는 문제다.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라면서 마치 국가적차원에서 대책과 지원을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막상 애를 키우는 과정에서는 큰 도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

물론 20년 전에 아이를 키우는 환경보다는 나아진 점도 있는 것 같다. 둘째 아이의 경우에는 집 나이로 5살 때부터는 어린이집 보육료를 안 내고 다니고 있고,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돌봄교실이 있어서 낮 시간에는 아이를 돌봐 준다. 간식도 주고 학교 숙제도 챙겨주고, 학교 내에서 진행되는 방과 후 수업은 시간표에 맞게 아이를 보내 주기까지 한다. 워킹맘으로 실질적인 도움이라고 와 닿는 부분이었다. 생각해 보니 둘째 아이 신생아 때 황달로 일주일 입원한 적이 있는데, 병원비가 십 여 만원밖에 안 나와서 놀란 적이 있다. 그때 건강보험에서 신생아에 대한 혜택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앞의 세 가지 정도는 그나마 아이 키우기 좋아진 환경들이라고 하겠다. 물론 요즘에는 육아휴직을 전보다 자유롭게 쓸 수 있고 평균적으로 1년씩은 육아휴직을 들어간다. 간혹 남자직원들이 육아휴직을 들어가는 경우도 있으니 그런 점은 이전보다 애 키우기 나아진 환경이다.

 
 

하지만, 막상 육아를 하다 보면 육아휴직이 끝난 후부터 진짜 육아와의 전쟁이 시작되고 초등 돌봄이 끝난 후부터 아이와의 숨바꼭질이 시작됨을 느끼게 된다.

육아휴직 후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겼다고 해도 아이가 아프면 수시로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고, 가끔 전염성 질환에 걸리는 경우에는 어린이집을 못 보내니 엄마가 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있어야 한다. 다른 돌봐 줄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엄마가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나처럼 주변에 도움을 줄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아빠와 엄마 중 한사람이 무작정 쉴 수밖에 없다. 아이가 엄마 안 바쁜 날 아파 주면 다행인데, 눈치 없이 바쁜 시기에 아플 경우에는 옆 직원에게도 미안한 것이 좌불안석이다.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오후 2~3시에 하교해서 아이가 알아서 학교 방과 후 수업이나 학원을 챙겨서 가야하는데, 가끔씩 친구들과 놀다가 빼 먹는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나마 본인 행선지를 밝히고 빠질 경우에는 마음을 놓지만 전화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날에는 사무실에 앉아서 발만 동동 구르게 된다.

그리고 아이가 공부를 잘 못하면 “맞벌이라 어쩔 수 없어”라고 하는데, 이 말도 왠지 “엄마가 잘 못해서 그래”라는 말로 들려서 워킹맘을 힘들게 한다. 가사는 분담이 아니라 여자의 일을 남자가 좀 도와주는 거라 집안이 엉망이면 여자가 부지런하지 못한 거고. 누가 뭐라고 안 해도 여성 스스로 그렇게 교육을 받고 자란 탓에 스스로 자책하고 가끔은 자포자기 하기도 한다.

결혼생활을 몇 년 해 보니 가끔 TV에 나오는 ‘똑’ 소리 나는 워킹맘이 나는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다. 거기다 육아는 할수록 오리무중이다. 엄마가 사회생활하면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아이도 스트레스가 많고, 저녁시간에만 아이를 보다보니 아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서 아이 마음을 제대로 못 읽어주는 일도 많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커 갈수록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나름 돌파구를 찾아보겠다고 육아고민을 하는 동료들끼리 한 달에 한번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육아모임을 시작했다. 멘토를 한분 모시고 아이와의 대화법, 아이의 발달단계 등도 배우고, 육아에 대한 고민도 나눈다. 이왕이면 직장에서 친절교육만 시키지 말고 육아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지속적인 교육도 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어차피 그런 건 힘들테니 우리끼리 해결하기로 하고 모임을 시작했다. 앞으로 얼마나 지속 될 지는 장담하기 어려우나 한동안은 지속될 수 있을 것 같다.

▲ 염수진 서울본부 관악구지부 조합원
▲ 염수진 서울본부 관악구지부 조합원

노동조합에서는 여성 활동가가 적다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가정과 일을 양립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인지라 조만간에 여성활동가를 괄목하게 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성활동가는 육아에서 자유로운 분들이다. 나도 빨리 그 시기가 와서 자유롭게 다니고 싶은 맘이지만, 앞으로도 7~8년은 내 뜻대로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노동조합에서도 이왕이면 각종 수련회 할 때 탁아방 꼭 설치해 주고 학령기에 있는 아동이 참여할 수 있는 캠프도 만들어서 엄마, 아빠 노동조합 수련회 할 때 같이 갈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면, 아이들 두고 수련회 가서 미안하지 않고, 노조하느라 애들 팽개쳐 둔다는 소리 안 들어도 될 텐데 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냥 꿈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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