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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현장에서 ‘희망의 씨앗’을 틔우자성과급제는 현장을 사분오열시키고 공동체붕괴 가속화 시켜
이승애(성동구지부 조합원)  |  gnews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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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24  08: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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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주민센터에서 일한 지도 벌써 1년이 되어간다. 노조간부를 한다고 구청에서만 있다가 동으로 온 건 처음이다. 내가 맡은 업무는 통합민원창구에서 제 증명을 발급해주는 일이다. 동의 근무여건은 생각보다 훨씬 열악했다. 좁디좁은 화장실에,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처럼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민원업무, 연가를 가는 것도 눈치 뵈고 점심시간 1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민원창구(그나마 우리 동은 창구직원이 4명인데 창구직원이 2명인 동도 있다니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틈만 나면 실적을 독려하는 동장.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현장은 희망의 씨앗들을 조심스레 품고 있었다.

‘성과와 직무 중심의 공무원 보수체계’가 올해부터 본격 도입되면서 공직사회는 술렁이고 있다. 성과주의라는 이름으로 훨씬 더 강력해진 성과경쟁시스템이 작동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인센티브 예산을 내건 자치구별, 동별 실적경쟁체제는 직원들의 업무스트레스와 노동 강도를 점점 심화시키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일례로 동 종합평가 대상사업의 하나인 전자행정서비스는 전입자 내방민원 대상으로 신청서 접수율 30% 할당을 채워야 최고 배점을 받을 수 있다. 전자행정서비스란 스마트폰 문자 또는 전자메일로 각종 생활정보와 고지서 등을 받을 수 있는 대민 서비스를 말한다. 제도 자체는 의미가 있으나 건수를 올리기 위한 민원응대는 흡사 영업전(?)을 방불케 한다. 제도 도입 초기엔 주말도 반납한 채 동 직원들이 아파트 가가호호 방문을 해야 했다.

위기가정 발굴사업의 경우에도 모 자치구에서는 동장이 직접 직원들을 따라다니면서 일일 방문실적을 점검한다고 한다. 평가산식은 복지담당 공무원 수 대비 발굴실적건수의 비율을 구하는 식이고 점수산정방법은 상대평가로 순위를 매기고 점수를 주는 식이다. 평가산식을 보면 복지담당 공무원의 숫자가 더 적을수록 발굴실적이 올라간다. 이 얘기는 공무원 1인당 수행해야 할 업무량이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무실 내방민원 상담하랴, 자료 제출하랴, 거기다 방문실적까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해야 하는 동의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단체장의 보여주기식 치적쌓기에 동원되는 하위직 직원들은 오늘도 열심히 실적을 올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중이다.

   
▲ 5.18민중항쟁 36주년을 맞아 지난 5월 14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민중대회에서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공직사회 성과급제 도입을 반대하는 피케팅을 펼치고 있다.

2016년 차등성과급제의 확대는 안 그래도 팍팍한 현장을 사분오열시키고 공동체붕괴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객관적 평가기준 없이 이루어지는 성과평가의 이면에는 관리자들에게 줄 잘 서고 주요부서와 주요보직에 근평도 잘 받는 직원들에게 S등급이 돌아가고, 일은 잘 해도 소신껏 일하다 관리자들 눈 밖에 난 직원들은 영락없이 B등급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C등급 10% 할당과 퇴출제까지 도입된다면 공직사회 줄서기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고 그 결과는 행정의 공공성 약화와 국민들에 대한 피해로 귀결될 것이다. 구청장의 성과주의 드라이브로 인해 국민들에게 과태료 폭탄이 투하됐던 광주광역시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공공의 책무를 지닌 우리가 충분히 추론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공직사회에 밀려오고 있는 성과퇴출제라는 거센 풍랑을 막지 못한다면 향후 우리의 미래와 국민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 공동체문화와 협업이 실종되고 개인주의가 판치는 공직사회, 정규직은 줄어들고 비정규직은 점점 더 늘어나는 약육강식의 전쟁터 그리고 그곳에서 단지 살아남고자 필사적으로 보수적 권위에 무한 충성심과 복종을 헌납하는 공무원들….

과연 이 모습이 사람답게 사는 것인가. 후배들에게 그런 사회를 물려주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할까. 물질만능의 현대자본주의사회에서 굴종의 삶을 거부하고 노동자가 이 땅의 주인임을 당당하게 외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국민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일하는 이 곳, 동 주민센터는 현장행정의 최전선이다. 현장에서 살아 숨 쉬는 우리가 맑은 눈과 신념의 끈으로 단결하고 연대하고 투쟁한다면 못 해낼 것이 없으리라. 기층을 튼튼히 지키고 있는 조합원들의 힘을, 대오 선두에 서 있는 간부들의 힘을, 공무원노조 조직의 힘을 믿는 것이 승리의 첫걸음이다. 아무리 작은 몸짓이라도 하나가 열이 되고 열이 백이 되는 과정을 거쳐 더 큰 민중의 바다로 나아간다면 노동계급을 옥죄는 신자유주의, 성과주의라는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전국적으로 성과퇴출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공무원노조 차원의 반납투쟁이 진행 중이다. 간부들의 자체 역량을 높이는 교육도 투쟁의 과정에서 사람을 남기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24일부터 25일까지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함께 1박2일 노숙농성을 펼치고, 바로 25일 오후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가 예정돼 있다. 가는 길 험난해도 같은 뜻을 지닌 동지들과 함께 한다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정권의 탄압이 만만치 않지만 현장 중심의 원칙으로 일치성 있게 단결한다면 어떤 시련과 고난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 정권은 유한하고 민중의 힘은 영원하다. 오늘도 현장에서 희망의 씨앗을 틔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공무원노조의 지도부 동지들과 현장간부 동지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함께 할 것을 약속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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