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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이 비추는 폭력적 글로벌 레짐의 표정[전규찬 칼럼]'테러를 빌미로 추진되는 초국가적 폭력 통치'를 우려한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gnews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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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25  10: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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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테러는 잔혹하다. 비인간적이며 반생명적인 폭력이다. 반문화다. 우리가 테러를 비판하고 적대하는 이유다. 그러면서 우리는, 테러라는 조직화된 일상파괴, 사회해체, 생명멸살의 범죄적 네트워크에 반발 혹은 대항하여 설립된 또 다른 전 지구적인 폭력의 선, 전 세계적인 통치의 체계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폭력을 독점한 근대적 주권국가의 경계를 훨씬 넘어선 차원에서 구축되고 있는, 주권국가를 가로지르면서 형성된, 제국시대의 전쟁기관이다. 제국의 정치네트워크다.

‘반테러리즘’을 강령으로 조직화된 정체(政體)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말을 빌리자면, 반테러리즘은 제국이라는 하나의 신체를 구성하는 이데올로기적인 동시에 물리적인 힘이 된다. 테러라는 또 다른 힘에 상반되면서, 새롭게 구성되는 제국의 통치의지를 표현하는 세력이다. 반테러 제국의 권세를 표현하는, 환상과 현상이라는 이중적 의미에서의 외면인 셈이다. 테러의 힘과 각축 및 대치의 관계를 맺으면서, 제국 신체를 구성하는 결정적 힘으로서의 반테러다.

“테러는 테러를 생산한다” 맞다. 테러의 위협은 또 다른 위협적 테러를 수반한다. 다름 아닌, 국가테러다.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선전 포고하고 나서는 국가가 그 주체다. 그 전쟁 즉 정치의 작동효과는 결코 대외적인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사회 내부의 ‘우리’를 (표)적으로 하는 폭력적, 물리적 치안의 조치로도 직결된다. 요컨대, 사회 안팎을 총괄하는 대테러작전이다. 반테러 전쟁정치다. 그러하기에, 위의 말은 “테러는 반테러의 테러를 생산한다”는 말로 보다 정확히 표기될 필요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반테러라는 이 현실세계구성체를 우리는 제대로, 비판적으로 의식하지 못한다. 테러리즘의 반면으로서, 우리 삶을 구속하는 매우 실제적인 조건임에도 그러하다. 자본 혹은 신자유주의의 전지구화에 버금가는, 그와 밀접히 연관된 결정적 포스트모던 글로벌 정체임에도 그러하다. 필리버스터라는 최후의 바리게이트를 뚫고 대한민국 이 땅에 관철된 현실임에도 그러하다. 반테러리즘 스테이트에 대해 우리는 한 마디로 너무나 주의가 부족하고 사유가 빈곤하다. 태만하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새누리당이 밀어붙인 테러방지법의 의미에 관해 우리는 한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다. 거시적인 독해를 전혀 해내지 못한다. 일국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초국적인 관점에서 진행되는 현 테러방지법 제정의 체계를 거의 감지 못한다. 반테러 입법화는 국가차원의 정치가 결코 아니다. 글로벌한 수준에서만 그 의미가 해명될 수 있는, 제국적 통치양식의 하나다. 한국정부의 테러방지법 제정은 바로 이 전 지구적 공통현실의 국지적 표현, 구체적 효과에 불과하다. 이 점을 절대로 간과하면 안 된다.

   
▲ 지난 해 11월 15일~16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G20'에서 주요 20개국 정상들은 '테러리즘 대응에 관한 G20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테러 자금에 대한 강력한 선별적 금융제제, 국경 통제, 항공 보안' 등을 포함한 국제적 테러리즘 대응 방안을 담고 있다. 사진 출처 = http://g20.org.tr

유감스럽게도, 현실에서는, 이 지점이 제대로 짚어지지 않는다. 비평의 담론, 언론의 해설에서 거의 생략되고 배제된다. 테러방지법을 반대․거부하는 진보․좌파의 언어에서조차 글로벌한 측면에 관한 언급은 찾아보기 힘들다. 안 그래도 문제 많은 국정원에 더 많은 권력을 부여하는, 인권 침해와 사회 통제의 문제를 심각하게 양산할 나쁜 테러방지법이다. 그런 법과 시행령을 밀어붙이는 정권, 새누리당이기에 참 나쁘다. 이러한 논리구조가 반복된다. 필리버스터에서 반복되는 것도 사실은 이런 간단한 비판의 언어였다.

틀리지 않다. 맞다. 옳다. 국정원이 테러전담기구가 되는 것은 매우 우려할 사항이다. 사회․정치․문화적인 효과를 따져볼 때 국정원의 비대화에 절대로 동의할 수가 없다. 민주정치, 진보정치를 크게 위협할 게 분명한 처사다. 그런 위험한 법안을, 불순한 시행령을,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기대할 게 없는 정권이 밀어붙일 때, 우리가 이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러면서도, 현 처지를 보다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한국 바깥의 글로벌한 정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압도하는 외부정세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막바지 야당의원들이 채택한 필리버스터는 거대한 외세에 비해 너무나 나약한 내부의 저지전술이다. 바리게이트가 될 수 없다. 제국 차원에서 전개되는 법제화 흐름을 일국의 정치력으로 저지하기는 역부족이다. 그런 조건이다. 국내 테러방지법 제정의 역사는 기실 꽤 오래된다. 입법화 시도는 현 우익정권에 국한되지 않는다. 노무현, 김대중 정권으로 그 기원은 거슬러 올라간다. 이와 같은 국가의 일관되고 집요한 반테러법 제정의 노력은 오직 글로벌한 차원의 조직화된 압박조건을 고려할 때만 이해가 가능해진다.

다른 나라의 유사 법안들을 내용적으로 조금만 살펴봐도, 문제가 일국에 제한되지 않음은 금방 드러난다. 과정과 내용, 논란과 비판이 대동소이하다. 반테러법이 일종의 세계공통적 문제현실로서 출현했다.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를 동시적으로, 조직적으로 강제하는 지배현실이다. 이 현실을 우리는 테러에 맞서는 제국의 국가개조 계획으로 그 성격을 분명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테러를 빌미로 국가의 기능과 구조를 조정하는 프로그램이 G20, APEC 등을 매개로 해서 체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요컨대, 세계 보편화한 반테러 법안을 우리는 테러리즘을 수반하는 제국시대 국가성격변환의 결정적 기호, 징후로 읽어내야 한다. 3월 발효된 국내 테러방지법과 논란이 되는 시행령에서 글로벌 레짐의 표정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비판적 독해가 추가되어야 한다. 테러방지법 제정에 대한, 글로벌한 스케일의, 보다 지성적이고 입체화된 강독이다. 국내정권에 초점 맞춘 비판의 포인트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도, 우리는 이제 보다 상위의 글로벌한 차원으로 주의를 옮겨 세계의 섬뜩한 정황과 제대로 대면해야 한다.

테러와 반테러의 연쇄가 세계의 표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끔찍하고 야만적이며 폭력적인 테러다. 악한 테러다. 이에 대한 전 지구적 수준의 반테러 전선은 선으로, 정의로, 혹은 필요악으로 포장된다. 정말 그러한가? 테러란 무엇인지에 관한 지속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동시에, 반테러라는 (초)국가적 통치행위에 대한 정치적 독해가 시급하다. 반테러 입법화를 정치하게 읽어내는 일. 이미 우리에게 강제된 테러방지법과 그 시행령에서 테러만큼 위험하고 폭력적인 글로벌 반테러 레짐의 수상한 기획을 읽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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