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3천 대오' 위해 의욕적 활동 중인 공무원노조 서울시청지부

"조합원 한 명이라도 더 늘리는 게 지부장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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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여러분이 어렵고 힘들 때,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기댈 언덕과 같은 노조를 만들겠습니다. 여러분이 비를 맞으면 함께 비를 맞고, 우산이 있으면 우산을 나눠쓰는 노조가 되겠습니다. 서울시청을 내 목숨도 남의 목숨도 소중히 지켜지고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일터로 만들겠습니다"

김경용 지부장이 크고 힘찬 목소리로 시청지부의 각오와 다짐을 밝히며 말을 마쳤을 때, 여기저기서 박수가 나왔다. 3년 전, 공무원노조 서울시청지부가 본청 순회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광경이다. 시끄럽게 떠든다고 눈살을 찌푸리거나 대놓고 싫은 티를 내는 과장들도 있었다. 다수 직원들은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열렬한 호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과는 달라졌다. 반응을 보인다. 김경용 지부장이 접이식 간이 의자에 올라서 열변을 토할 때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고개를 숙인 채 업무를 계속하고 있었지만 간혹 하던 일을 멈추고 지부장의 말을 경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지부장과 함께 순회를 도는 노조 간부들이 나눠주는 명함크기의 선전물을 살펴보거나 아무개 부지부장이 내미는 조합원 가입 원서에 기입하는 이도 있었다.

“이제 직원들도 훈련이 된 거죠. 이렇게 학습되기까지 시간이 걸린 겁니다. 저도 스킨쉽과 전달하는 훈련이 필요했고요”

올해 초 지부 조합원 2천명을 돌파한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서울시청지부. 서울시청지부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올해 말까지 조합원 3천 명을 목표로 의욕적인 조직 확대 사업을 펼치고 있다. 9일 오후, 서울시청지부를 찾아가 본청 순회에 한창인 김경용 지부장을 만났다.

매일 한 사람이라도 가입시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가치를 알리겠다

조합원 가입을 독려하고 조직을 확장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일상적인 사업 중 하나지만 서울시청지부는 ‘조합원 3천 명’이라는 구체적 수치를 목표로 세워 주목을 받고 있다.

“노조활동을 우리 지부보다 더 헌신적으로 하는 곳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지부는 서울특별시라는 위치 때문에 좀더 주목을 받는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지부가 조합원 3천 명 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가치와 철학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든 조합이 어떤 규모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서울시도 우리 얘기에 귀를 기울여 주게 되고요, 그래서 먼저 어떻게든 조합원 수를 늘려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서울시청은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과 복수노조 상황이다. 시청지부가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시청지부보다 많은 조합원을 확보하고 있는 상대 노조에서는 시청지부가 순회를 돌 때 여러 방법으로 견제를 하기도 한다.

“저는 그쪽과도 우호적 선린관계를 유지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싶어요. 그쪽이 잘 하는 것은 격려해주면서요. 그런데 거기선 우리가 조직 사업 안 하길 바라죠. 하지만 저는 조직사업만은 절대 포기 못합니다. 우리 노조의 단결된 힘 늘리고 우리 노조의 가치를 위해 조합원 수를 한 명이라도 늘리는 것이 지부장의 사명이고 목표인데 조직 사업을 포기하면 조직의 존재 이유가 있겠습니까?”

▲ '조합원 3천명'을 목표로 조직확대 사업에 한창인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서울시청지부의 순회 활동
▲ '조합원 3천명'을 목표로 조직확대 사업에 한창인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서울시청지부의 순회 활동

서울시청에 소속된 공무원은 만 명이 넘는다. 그 중 본청에서 근무하는 수가 4천여 명이고 나머지는 서울시 사업소에 배치돼 있다. 서울시청지부와 공노총 가입 조합원은 대부분 사업소 소속이다. 본청 공무원들은 아예 노조 가입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서울시 본청은 노조에 가입을 안 했거나 했어도 자신이 어디 가입했는지 모를 정도로 노조에 관심이 없습니다. 여기서는 애로 사항이 생겨도 노조와 상의하지 않아요. 이명박, 오세훈 시장 때 만든, 이른바 ‘명품사무관’을 만든다는 ‘패스트 트랙’, 즉 상사한테 잘 보여 빨리 승진하는 게 최고인 출세지향적 구조를 만들어 놓아 더 노조에 관심을 안 갖는 이유도 있구요”

서울시청 본청 순회를 시작한 것은 김경용 지부장이 2014년 처음 시작한 것이다. 오세훈 시장 시절 순회를 시도한 적이 있는데 당시엔 방호들이 와서 노조 간부들을 끌어내기까지 했다. 그런 ‘엄혹했던’ 시절을 겪은 후, 이제 조합원의 박수를 끌어내기까지 하는 상황이 되었다.

조직 확대 사업을 시작할 때 김 지부장이 생각해낸 것이 ‘꽈배기 조직 사업’이다. 순회를 할 때 조합원들이 뭐라도 먹으면서 지부장이 하는 얘기를 한 마디라도 듣게 하자는 의도에서 생각한 아이디어였다. 지부 간부들은 매일 시장에서 꽈배기 도너츠를 사 와 하나씩 포장비닐에 넣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로고 스티커를 붙이는 수작업(?)을 일일이 했다.

“지부장이 와서 뭐라고 소리지르는 것 보고, 아 노조가 뭐라도 하는 가보다. 잘하는지 못하는지 모르지만 노조로서 활동하는 것 같다, 그렇게 느끼기 시작한 거죠”

그때부터 조합 가입이 늘기 시작해 2015년 공무원연금 투쟁기와 맞물려 조합원 수가 대폭 늘어났다. 2002년 5월 23일, 단 세 명의 조합원으로 출범한 공무원노조 서울시청지부는 조직의 분열과 통합 등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현재 2천여 명의 조합원 규모로 우뚝 선 것이다.

▲ 김경용 서울시청지부장
▲ 김경용 서울시청지부장

이날 순회를 통해 김 지부장이 조합원에게 알린 것은 우선 지난 4월 14일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통해 성과상여금과 관련한 계획 일체를 노조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한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서울시의회 의원 평가에 대한 참여 독려, 노사협의의 주요 안건에 관한 것이었다.

“성과상여금 반대 투쟁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 노조와 협의한다는 약속을 받아내긴 했지만 좀더 적극적으로 조직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복수노조라는 상황, 본청단위에서는 그동안 성과상여금에 대해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이라… 하지만 성과퇴출제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반납구조를 잘 만들어 앞으로 좀더 규모있게 대응할 계획입니다”

공무원노조 철학과 서울시청지부의 기치 안고 갈 신진 간부 양성할 것

김 지부장과 함께 순회를 도는 지부간부들의 열정도 대단했다. 순회가 끝난 후에도 부지부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조합원 가입을 늘릴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우리 지부가 조직확대 사업을 활발하게 펼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간부들끼리 소통이 잘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저와 홍춘기 사무처장과 궁합이 잘 맞아요. 홍 처장이 잘 뒷받침해주는 덕에 본청 단위 조직 사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현재 시청지부 운영위가 36명으로 늘어나면서 논의 체계와 간부대오가 커진 것도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 해주시고 또 20여 지회 대표들도 현장을 굳건히 지켜주시니 이런 것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것이죠. 그분들이 힘을 모아주시지 않으면 저게 기를 쓰고 한들 지부가 잘 돌아가겠습니까?”

김 지부장은 지난 3월 2일,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서울시청지부 고 안현호 조합원의 빈자리에 대해 깊은 상실감을 표현했다.

“안현호와는 2002년부터 거의 동거동락하면서 가장 많이 상의한 사람이었습니다. 서로의 생각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죠. 현호는 당시 공무원노조 시청지부의 유일한 희생자로서, 전국공무원노조의 가치와 철학을 지고 있었던 상징적 존재였죠. 지금은 김민호가 해직되어 그 자리를 이어받았지만…. 현호가 그렇게 떠난 것은 제 개인적으로나 시청지부로서나 큰 손실이죠. 49재 지나고 좀 안정이 됐지만 지금도 계속 생각납니다”

서울시청 김민호 조합원은 SNS에 박원순 시장을 옹호하고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지난 해 12월 공무원직에서 해직당했다. 현재는 공무원노조 희생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서울시청지부의 정책단장직을 맡고 있다.

김경용 지부장이 조합원 확대 사업보다 더 고심하고 있는 것은 ‘사람을 키워내는 일’, 즉 새로운 노조 간부를 양성하는 일이다.

“공무원노조의 철학과 서울시청지부의 기조를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을 키워내는 것이 서울시청지부의 가장 큰 목표죠. 앞으로 2년 동안은 조합원을 3천 대오로 늘리고 그 규모에 걸맞게 인적 인프라를 확장해 중단없이 시청지부의 기조를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조합원이야 발품을 팔아서 어떻게든 늘릴 수 있지만 사람을 만드는 것, 소통하면서 노동의식과 가치를 함께 하는 사람을 키워내는 작업은 쉽지 않은 일이죠. 정성스럽게 그들에게 시간을 투자하면서 멘토링하는 게 필요한데 지금 조직 경쟁도 해야하고 노사협의도 하고 서울시청 지부의 위상을 세워야 할 시기에 그럴 여유가 어딨냐고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도 구체적인  대해 고민 중인데 어렵긴 하지만 반드시 가야할 방향이라고 믿습니다”

공무원사회의 비민주적 구조를 개선하고 싶어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는 김경용 지부장에게 ‘노동조합’이란 어떤 의미일까?

“약한 자들에게 힘이 돼 줘야죠. 노조는 아쉬울 때 찾을 수 있는 곳이 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카트>를 보면 캐셔들이 노동 의식이 있어 노조를 만든 것 아니라 열악한 노동조건과 인간적 처우를 못 받는 현실에서 자기 항변을 하려고 만들었죠. 약하고 소외받는 이들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을 단체의 힘을 빌어 약자의 권리를 대변하는 것이 ‘노동조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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