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의 미디어 오디세이]

팟캐스트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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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민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외래교수
▲ 김동민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외래교수

팟캐스트가 종편(종합편성채널)의 대항마로 부상하는 것 같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종편을 제압(?)하면서 존재감과 힘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한국일보는 4월 23일자 기사 <물밑에서 총선판 흔든 정치 팟캐스트>에서 “나꼼수의 뒤를 이어 우후죽순 등장한 진보 진영의 정치 팟캐스트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보수 종편’에 대응하는 진보진영의 미디어로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 라고 평가했다.

이번 총선은 방송과 조중동, 종편 등 정부 편향의 매체들이 지독한 편파보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낸 드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선거가 끝나자 조중동은 일제히 패배의 책임을 청와대와 새누리당에게 물었다. 조선일보는 4월 23일자 사설 <朴 대통령, ‘계파 해체 · 당내 和解’ 같은 수습책 내놓아야>에서 “웬만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두 이번 총선 결과가 여권 전체의 오만과 진박들이 밀어붙인 계파 공천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정작 새누리당은 총선이 끝난 지 열흘이 지나도록 수습의 실마리를 마련하기는커녕 무기력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여권 전체의 오만’에서 여권매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웬만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조선일보의 오만과 편파 · 왜곡보도를 지적할 것이다. 자신의 잘못은 반성하지 않고 정치권만 나무라는 것 역시 오만이다. 여권 전체가 오만에 빠진 가운데 수습의 실마리를 마련하기는커녕 무기력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사이에 팟캐스트는 어느새 훌쩍 성장하여 건강한 모습으로 우뚝 선 것이다. 팟캐스트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다시 미디어 이론가 맥루언의 얘기를 하려 한다. 맥루언은 인류사회의 역사를 미디어의 변천과 관련하여 설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디어의 역사는 말(언어)의 시대와 문자 및 인쇄술의 시대, 그리고 전자 미디어의 시대로 구분한다. 이들 미디어는 각각 청각의 시대와 시각의 시대, 그리고 다시 청각의 시대와 조응한다.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인간의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청각적 사고에서 시각적 사고로, 그리고 다시 청각적 사고의 시대로 복귀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현대는 원시부족시대의 지구촌 사회로 복귀되었다는 것이 맥루언 이론의 골자다.

그렇다. 말은 누구나 배워서 소통을 할 수 있지만, 문자는 지배계급이 독점하여 그들끼리만 소통하면서 계급지배의 수단으로 악용되어왔다. 현대사회의 신문은 대표적으로 중앙집권적 권력이자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그로서 기능해왔다. 방송이 더욱 영향력 있는 미디어로 등장했지만 저널리즘의 권력은 신문에게 있었다. 그래서 시각적 사고의 시대가 지속되었지만, 전자 미디어의 총아라 할 수 있는 인터넷의 등장 이후 드디어 청각적 사고의 시대로 본격적으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맥루언은 그의 대표저서인 <미디어의 이해>에서 “전기적 미디어가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상호작용의 총체적인 장을 즉시 그리고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시대’, ‘커뮤니케이션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했는데, 너무 앞서간 예측이었다. 우리는 지금 맥루언의 예측이 비로소 구현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말에 의존하는 부족사회의 청각적 사고의 시대는 평등한 사회였던 반면에 문자 및 인쇄의 시대는 시각적 사고가 지배하면서 중앙집권적인 사회가 되었지만, 전자 미디어 시대에는 다시 청각적 사고가 회복되면서 중심과 변방이 없는 지구촌 사회가 되었다고 요약할 수 있겠다. 맥루언은 생애 마지막으로 남긴 책 <지구촌>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클리적 의미는 우주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진짜 자연은, 우리가 이해해야만 하듯이, 청각적입니다. 청각적 공간은 중심이 없습니다. 그것은 경계가 없는 임의적 공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유클리드 수학은 청각적인 것을 정말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 수학은 지나치게 합리적입니다.”

문자의 시대는 유클리드 기하학이 지배하는 시대였다. 유클리드 기하학은 3차원의 절대적 공간을 전제로 한다. 이를테면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지만, 비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180°보다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다. 유클리드 수학은 지나치게 합리적이다. 완벽한 이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다. 합리적 인간을 전제로 한 현대경제학이 현실에 대한 설명력과 예측력을 갖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간과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시공간이 결합된 4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시공간은 무거운 질량을 만나면 휜다. 시간이 정지하기도 한다. 작년 9월 14일 발견된 중력파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소리를 내며 시공간을 왜곡한다. 우리는 정말 청각적 우주 공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우주는 경계가 없으며 중심과 주변도 없다. 어느 곳이나 중심이다. 중세에는 지구가 중심이라고 했고 지금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도 상대적일 뿐만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광활한 우주에서 의미 없는 구분이다. 우주는 팽창하고 있는데, 어느 지점에서 측정하더라도 어느 방향으로든지 똑같은 속도로 멀어진다. 

정리하자. 빛의 속도로 소통하는 인터넷 공간에서는 청각적 사고의 미디어가 중앙집중적 권력의 중심을 해체하면서 평등한 공동체가 형성될 것이다. 주변의 개인들이 중앙에서 가공해서 전달한 문서를 읽으며 추종하는 시대는 역사가 되고 있다. 문자가 아닌 말로, 종이가 아닌 전파로,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소통하는 미디어의 시대가 왔다. 팟캐스트의 힘은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팟캐스트의 붐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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