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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취업과 ‘노오력’[김양희 칼럼]
김양희 여성학자  |  gnews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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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26  10: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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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희 여성학자

나는 시간강사로 한 대학에서 학부 교양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이번 학기에 학생들에게 책을 읽고 서평을 제출하라고 과제를 내주었는데, 그 가운데 한 학생의 것이 눈에 띄었다. 이 학생은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을 읽고, 자격증 하나에 2년을 매달려야했던 자신과 학과 동기들의 노력과 애로를 말했다. 이 글을 읽으면서 20대 대학생의 취업에 대한 불안과, 그들이 불안을 극복하고 취업을 거머쥐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짧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학생의 서평을 계기로, 나는 2년째 대학에서 교양과목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로부터 느꼈던 ‘노력’의 문제를 이 기회에 잠시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한다.

먼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능력주의’ 가치관은 개인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고 오히려 움츠러들고 위축되게 만들 위험이 높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것은 요즘 정부가 공무원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능력주의’, ‘성과주의’ 인사제도가 양적 성과 올리기에는 가능할지 몰라도, 질적 성과 높이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내가 가르쳤거나, 가르치고 있는 대학의 학생들은 초중고 12년을 보내면서 학습 면에서 ‘성과’를 보였던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인지 대학 2학년까지만 해도 이들은 ‘취업이 아무리 어렵다 해도 나는 노력하면 될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스펙을 쌓고 취업준비에 발동을 건다. 하지만 대학 3학년이 되고 4학년이 되면 취업 문제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님’을 알게 되고, 그때부터는 모든 초점을 취업에만 맞춘다. 학점관리, 자격증따기, 교환학생, 해외연수… 등등 스펙을 높이는데 전력을 다한다. 그러면서 ‘교양과목 따위’는 출석만 잘하고 관리만 잘 하면 되는 과목으로 인식한다.

대학생 시절이 줄 수 있는 지적인 탐험과 모색의 시간은 이미 90년대 말에 사라진지 오래인 것으로 보인다. 창의적인 탐색을 하다간 취업시장에서 도태될 것 같아 아예 창의의 근처에도 갈 수가 없다. ‘도전’과 ‘탐색’도, 그로 인한 실패’와 ‘실수’, 그것에 이은 ‘재기’ 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기업에서는 ‘창의적인 인재’를 원한다니 지금의 사회구조적인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린지, 아니면 기업의 구인 슬로건에 불과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의 이런 ‘노력주의’, ‘능력주의’, ‘업적주의’ 가치관이 우리나라 교육제도 속에 뿌리박혀 ‘다른 방식의 삶’을 허용하지 않은 데에도 원인이 있다고 본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초·중·고등학교 내내 ‘모범생’ 소리 들으면서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자라온 학생들이니만큼, 이들에게는 ‘노력하면 된다’는 가치관이 새겨져 있다. 이들은 초·중·고등학교에서 늘상 ‘공부하면 좋은 대학 간다’, ‘좋은 대학가야 성공한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 공부에만 매진해 소위 좋은 대학에 입학한 ‘성공 경험’을 갖고 있다. 이 경험이 이들로 하여금 노력의 대가와 그 열매를 믿어 의심치 않게 만든다.

그래서 이들은 성취하지 않는 삶, 또는 기존과 다른 방식의 삶을 두려워한다. 주류의 삶이 아닌 다른 방식의 삶은 ‘실패한 삶’이라고 마음속으로 단정 짓고 아예 쳐다보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지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이 되지 않는 현실에 부딪치게 될 때, 학생들은 충격 받는다. 처음에는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겠지’ 생각하지만 결국에는 ‘노력’이 문제가 아님을 깨닫는다. 그래서 최근에는 노력을 조롱하는 ‘노오력’이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노력과 성취가 아니라 출신계급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것에 느낀 환멸이 ‘흙수저론’ 으로 전파되고 있다. 대학생 취업 문제는 ‘개인의 노력’이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다.

글을 마치면서, 앞서 얘기한 대학생의 글을 잠시 인용하고자 한다. “(나는 취업에) 합격한 사람들이 더 노력해서 붙었다고 생각하지도, 덜 노력해서 떨어졌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단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운이 좋아 붙은 것이다.” 노력의 끝에 ‘운’이 있는 것인가. 이 학생의 무기력과 체념이 오늘 20대의 모습인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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