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세월호 참사 2주기, 팽목항 방문기

미안해, 아이들아. 결코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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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은 생일이 두 번이나 돌아오는 시간이고 고등학생에서 성년이 되는 격변기의 시간이기도 하며,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팽목항에 가라앉아 있는 세월호와 진실규명을 위한 행동에는 해당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아침 7시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팽목항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44명이 한 마음으로 진도로 향하는 그 버스엔 교사도 있고 아이를 데리고 탑승한 부모도 있었고 비정규직 근로자도, 현장근로자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서로 자기 소개를 하며 다들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유가족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저는 2년이나 지났는데 달라진 게 없는 현실을 개탄하며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6시간을 달려 팽목항에 도착했습니다. 이상하게 팽목항에 오면 마음이 숙연해지고 뭐라 표현할 수 없이 침울해지고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게 되는데 그 날은 왜 또 날씨가 그리 우중충한지… 세차게 부는 비바람이 꼭 2년 동안 너희는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 아이들의 항변처럼 느껴졌습니다.

방파제 끝 등대 앞에 무대를 설치하고 문화제를 진행했는데 고등학생들이 많이 왔습니다. 또래 아이들은 팽목항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 가만히 있으라고 한 어른들을 어떻게 볼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자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이런 세상을 살게 한 우리가 참 부끄러웠습니다.

▲ 세월호 참사 2주기인 4월 16일, 진도 팽목항에서 추모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 = 공무원노조
▲ 세월호 참사 2주기인 4월 16일, 진도 팽목항에서 추모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 = 공무원노조
▲ 팽목항 방파제에 걸린 현수막. 사진 = 공무원노조
▲ 팽목항 방파제에 걸린 현수막. 사진 = 공무원노조

문화제를 마치고 배가 가라 앉아 잇을 만한 곳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겼습니다. 아직 차가운 바다에 있을 미수습자와 남아 있는 유가족들, 살아 있었으면 올해 생애 첫 투표를 했을 아이들을 생각하며 비정상적인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꿀까, 아니 바꿀 수나 있긴 한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며 비바람을 맞으며 울분을 삼켰습니다.

분향소에 들러 아이들의 영정사진을 마주하고 한참동안 서 있었습니다. 한명 한명의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찬찬히 아이들의 사진을 보는데 살아있는 우리와는 다르게 아이들은 다들 너무 맑게 웃고 있었습니다. 눈물이 웃는 아이들의 얼굴을 가려 속상할 정도로 아이들은 밝은 표정이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전 다짐했습니다. 우리가 너무 미안하긴 한데 결코 너희들을 잊혀지게 놔두진 않을 것이고 너희 부모님들이 다른 일로 속상해하지 않고 오로지 너희들만 가슴에 잘 품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겠노라고 약속했습니다.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고민입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회피하는 저들을, 세월호 인양을 돈의 문제로 매도하는 저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막막합니다.

▲ 팽목항 분향소. 사진 = 공무원노조
▲ 팽목항 분향소. 사진 = 공무원노조

세월호 참사는 우연히 일어난 사고가 아닌 사건이며,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물결에 몸을 내맡기고 표류하다 일어난 필연적인 흐름이며, 여기서 제동을 걸지 않으면 제2의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게 되며, 결국 고통 받는 것은 1%의 특권층이 아니라 99%의 평범한 우리라는 것을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 막막합니다.

저들은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을, 진실을 요구하고, 행동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명확해집니다. 기억투쟁!! 우리의 기억 속에 세월호가 살아 숨 쉬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감시의 눈초리로 저들이 하는 짓을 주시해야 하며, 주위 사람들이 세월호를 잊지 않도록, 관심을 가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종북세력이라고 몰아세우는 언론에 휘둘리지 않으며 유가족들이 시체장사 한다고 막말하는 정치인을 심판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희망을 꿈꿔야 합니다. 이루지 못할지라도 후회 없이 꿈을 꿀 수 있어야 합니다. 함께 사는 세상을 염원하는 우리의 본성을 믿고, 연대의 힘을 믿고, 세월호의 일이 우리 모두의 일이라 믿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이루지 못할 꿈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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