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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포기하지 않으면 미제 사건은 없다[김동민 칼럼]
김동민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외래교수  |  gnews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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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29  09: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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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민 단국대커뮤니케이션학부 외래교수

경향신문은 3월 17일부터 <미제사건, 시그널을 찾아라> 라는 타이틀을 걸고 “포기하지 않으면 미궁은 없다”는 신념으로 미제사건들을 추적하는 연재를 하고 있다.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이른바 ‘태완이법’이 2015년 8월부터 시행되면서 경찰청이 미제사건 전담팀을 정식 발족시킨 데 따른 기획이다. 응당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다.

이 연재기사는 ‘동해 학습지 여교사 피살 사건’(2006.3.14), ‘전주 백경사 파출소 살인사건’(2002.9.20), ‘대구 총포사 주인 살해 사건’(2001.12.8), ‘부산 괘법동 태양다방 종업원 살인사건’(2002.5.20 실종, 5.31 실종 열흘 뒤 바다에 시신으로 떠오름), ‘화성 여대생 피살사건’(2004.10.27 실종, 같은 해 12.12 인근 야산에서 시신 발견)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향신문이 ‘시그널’을 찾는다는 것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tvN 드라마 <시그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장기미제사건 수사팀의 박해영 경위(이제훈)에게 20년 전 남달리 정의감이 투철했던 강력계 형사 이재한(조진웅)으로부터 무전이 온다. 오래전 사망한 형사로부터 밤 11시 23분이면 간헐적으로 무전이 와서 미제사건의 당시와 현재의 상황에 대해 정보를 교환한다는 게 골자다.

이재한의 입장에서는 당시 수사 중인, 혹은 곧 벌어질 사건의 미래 정보를 알게 되므로 대비할 수 있게 된다. 과거가 바뀌는 것이다. 과거가 바뀌면 현재도 바뀐다. 이재한은 자기가 죽게 될 것이라는 박해영의 말을 듣고 대비함으로써 죽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유해까지 발견된 이재한은 죽지 않고 살았다. 일어날 수 없는 상상의 설정이지만, 이러한 설정을 할 수 있게 만든 과학적 지식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한다.

두 형사가 사건의 정보를 교환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무전기라는 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진다. 무전기란 무선전화기다. 무전기는 전자기파에 정보를 실어 전자기파의 속도로 전달한다. 전자기파는 전기와 자기가 장(場)을 형성하는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발생하는데, 전자기파는 곧 빛이다. 따라서 무전기의 정보 전달 속도는 빛의 속도인 초속 30만km에 해당한다. 우주에서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

   
▲ 드라마 <시그널>(tvN) 화면 캡처

아인슈타인 덕분에 이미 상식이 되어 있는 가정으로 빛과 같은 속도로 달린다면 시간은 정지하고, 빛보다 빠르면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시그널>의 과거와 현재의 무전은 바로 이 개념을 근거로 상상을 한 것이다.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무전기 자체가 현실에는 없는 무전기다. 빛보다 더 빠른 무엇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는 것은 빛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창밖에는 작업 중인 트럭이 비상등을 깜박거리며 정차해 있다. 내가 그것을 시각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빛이 순간적으로 전달해주는 정보를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빛은 시시각각으로 트럭의 정보를 전달해준다. 지금은 비상등이 꺼졌다.

그런데, 만약 빛과 같은 속도로 달리며 순간적으로 비상등이 깜박이는 트럭을 목격했다면 그 순간에 시간은 정지할 것이다. 왜냐면 나는 나의 눈에 전달된 빛과 같은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그 찰나의 순간에 시간이 정지하는 것이다. 하여 나중에 깜박이가 꺼진 상태는 보지 못한다. 깜박이가 꺼진 상태의 정보를 전달해주는 빛은 지나간 과거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속도를 늦추면 그때서야 깜박이가 꺼진 상태에서 반사된 빛이 뒤늦게 도달할 것이다.

<시그널>의 원리는 바로 이것이다. 빠른 속도로 달리던 박해영이 속도를 늦추자 비로소 이재한의 시간과 통하게 되는 것이다. 신묘한 무전기가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박해영 경위의 시간을 과거로 돌려 이재한 형사와 통화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과거를 바꿀 수 있게 되었고 따라서 현재도 바뀌었다. 이게 가능하다면 좋은 면도 있고 나쁜 면도 있을 것이다. 둘 사이의 대화다.

박해영  “우리가 누군가의 인생을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잘못하면 엉뚱한 사람 인생이 망가질 수도 있어요.”
이재한 “그렇다고 사람 죽는 걸 손 놓고 구경만 하자는 겁니까?”
박해영 “처음 무전했을 때 형사님이 그러셨어요.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미제사건은 누군가 포기하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겁니다.’ 그러니까 형사님이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죽은 이재한이 살아 있다. 인생이 바뀐 것이다. 반대로, 잘나가던 악질 경찰 김범주 국장이 박해영의 형을 죽인 범죄와 정치권 관련 비리가 드러나고 죽은 것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드라마는 이렇게라도 경찰의 조직이기주의와 무능과 비리를 심판했다. 그리고 어떤 사건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미제사건을 만들지 말라고 충고한다. 드라마의 힘이다. 이 드라마는 더 이상 상처받는 피해자 가족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희망과 바람을 토대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제발 범인을 잡아주세요!”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대사로 차수현 팀장(김혜수)의 말이다. “미제사건은 내 가족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왜 죽었는지조차 모르니까 잊을 수가 없는 거야. 하루하루가 지옥이지.” 미제사건으로 사랑하는 형을 잃고 가정이 파탄난 박해영이 그랬다. 세월호의 가족들도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 과거로부터 시그널이 올까? 누군가 포기하지 않으면, 세월호도 미제사건으로 남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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