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례란 칼럼] 사드 한국 배치, 한미간 논의 사실상 마무리?

사드 배치 저지를 위한 평화 행동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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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2월 23일로 예정됐던 사드 한국 배치를 위한 한미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이 미뤄지면서 한때 사드 배치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른바 미중 빅딜설이다. 중국이 고강도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받는 대신에 미국이 사드 한국 배치를 철회 내지 유보하고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었다.

이를 뒷받침하듯 듯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2. 23) 후 "북한이 비핵화 되면 사드는 필요 없다"며 "우리는 사드 배치에 급급하거나 초조해 하지 않는다"는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 사령관도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협의키로 결정한 게 반드시 배치하는 것은 아니다"(2. 25)며 한발 물러섰다. 중국이 미중 국무장관회담 전후로 '왕이 이니셔티브'로 불리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병행 제안을 들고 나온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보태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결의안이 통과(3. 3)되자마자 한미 당국은 약정을 체결(3. 4)하고 사드 배치 후보지, 배치 비용, 배치 시기를 결정할 실무단 회의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3월 22일 카터 미국방장관은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현재 한국과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한국과 원칙적으로 (사드 배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기정사실화 되어 왔지만 미 국방장관이 공식적으로 이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사드 한국 배치 합의가 사실이라면 남은 것은 배치 지역, 비용, 시기에 대한 다소 실무적(?) 결정만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민구 국방장관은 3월 18일, "한미 공동실무단이 수차례 회의를 통해 활동계획을 확정한 상태"라며 "이를 토대로 군사적 효용성과 작전기지 입지조건 등을 세부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배치 지역에 대해서는 주한미군이 이미 2014년 3월~5월까지 사드 배치 부지 조사를 마쳤고, 국방부도 사드 배치 후보지 선정기준은 "주한미군 기준이 우선"(2016. 2. 15)이라고 밝힌 바 있어 사실상 논의가 마무리됐다고 봐야한다. 배치 비용에 대해서도 도입 비용, 운영비는 미국이, 시설비는 한국이 부담한다는 대략적 안에 한미당국이 이미 합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배치 시기에 대해서는 중국의 대북 제제 이행 정도를 보아가면서 시기를 조정,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고려해서 미국이 직접 중국을 설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사드 배치가 유보 또는 조정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전략적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이 사드 한국 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점이다.

▲ ▲ 문규현 신부가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지난 해 6월 1일 사드 배치 반대의 내용이 담긴 릴레이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 ▲ 문규현 신부가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지난 해 6월 1일 사드 배치 반대의 내용이 담긴 릴레이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사드 한국 배치는 한미일 3각 MD와 군사동맹 구축을 위한 핵심 고리로, 부상하는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미국의 아태재 균형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아태재 균형전략으로 표현되는 패권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정권교체나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동북아 MD구축은 지속될 것이란 점을 의미한다.

오바마 정권이 2012년에 발표한 '아태재 균형전략'의 핵심은 국방예산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동아태 지역에서 해상패권을 유지 강화하기 위한 해군력 강화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가 동아시아에서의 동맹네트워크의 강화, 그 중에서도 일본, 한국과의 MD망 구축을 강력하게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아시아태평양의 탄력적 접근전략(APAA)은 유럽 MD 계획인 '유럽의 단계적·탄력적 접근전략(EPAA)에 비견되는 것으로, 사드 한국 배치는 APAA의 2단계(아태 단계적·탄력적 접근: 북한에 대한 미국 대응, 2014. 12)에 해당한다고 한다.

한국 배치 사드가 지역 전략적 맥락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핵심은 사드 요격미사일과 함께 들여오는 사드 레이더에 있다. 사드 레이더(AN/TPY-2)의 탐지거리는 3,000Km 이상으로 중국에서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중국 동, 중북부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에 대한 초기 정보를 미일 MD망에 제공하여 미일의 요격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준다. 또한 사드 레이더(X-밴드)는 해상도에서 미일이 보유한 기존 탐지레이더의 성능을 능가하며 진짜 탄두와 모의탄두(decoy)를 구별할 수 있어 중국이 미국의 MD망을 뚫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해온 신형 다탄두 탄도미사일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요격 작전의 측면에서는 미중 유사시 주한미군기지를 겨냥한 중국의 단거리, 중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에서 패트리엇 (PAC-3)체계와 함께 다층방어체계를 구축해 준다.

이렇듯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 체계는 미국의 동북아 MD망의 완결성을 높여주는 동시에 미 본토 방어를 위한 탄도미사일 탐지추격 및 요격체계와 연결되어 중국의 대미 핵 억지력을 무력화시키고 미중사이의 전략적, 지역적 안정을 파괴한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갖는 전략적 의미는 바로 현 미일동맹 우위의 전략·지역질서의 유지 강화에 그 본질적 의미가 있다 하겠다. 이에 사드 한국 배치 전망은 동맹 파트너십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미국의 아태 전략에 대한 분석에 기초할 때 올바로 판단할 수 있다.

더불어 3월 29일부로 일본의 안보법제가 발효된다. 이제 일본 자위대는 MD를 핵심으로 하는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일과 손잡고 북한 정권 붕괴와 체제 흡수통일을 추구하는 박근혜 정부도 사드 한국 배치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사드 한국 배치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사드 배치를 저지하기 위한 평화행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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