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법외’ 판결 후 첫 직권면직 통보 받은 전교조 김용섭 부위원장

“해고 통보하고, 이제 와 징계위서 소명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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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법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에 대해 ‘법외노조’ 판결을 내리자 교육부가 전교조 전임자들을 학교에 복귀 시키도록 하는 직무이행명령을 내리는 등 후속조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경북교육청과 경남교육청 등이 전교조 사무실 퇴거 요청과 전임자들에 대해 징계절차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의 한 사립고등학교가 전교조 전임자(부위원장)를 지난 9일 직권면직했다. 법외노조 판결 이후 첫 직권면직 사례다. 당사자는 전교조 김용섭 부위원장으로, 서울 노원구에 있는 특성화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었다.

국공립 학교의 경우 해당 지역 교육감이 징계를 포함한 인사권을 갖고 있지만 사립학교는 학교 이사장이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김 부위원장을 지난 22일 오후 5시 서울 서대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날 김 부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자체 제작한 ‘4·16교과서’를 경기도 안산에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전달하고 오는 길이었다.

당사자 소명도 듣지 않고 해고시키더니 이제 와 징계위 출석 통보

김 부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지난 10일 전교조 중집이 있어 집에 들어가지 못했고, 그 다음날인 11일 집에 가서 보니, 9일자 소인이 찍힌 직권면직 통보서가 와 있더라”면서 입을 열었다.

▲ 법외 노조 판결 후 첫 직권면직 통보를 받은 김용섭 전교조 부위원장.
▲ 법외 노조 판결 후 첫 직권면직 통보를 받은 김용섭 전교조 부위원장.

그는 “학교에서 3차례 복귀명령을 우편으로 보냈다. 3번째 우편에는 복직 요구와 함께 미복직 사유를 적어 보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따로 서면으로 답변하지 않고 학교 교장을 만나 ‘전임 승인요구서’를 전달하며 전교조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조합이기에 ‘올해도 복직이 어려울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식적으로 징계위에 출석해 소명하라고 통보 받은 적은 없다”며 “당사자 소명 절차도 없이 징계위가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사장 명의의 직권면직 통보서와 징계위 직권면직 의결 문서를 함께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직권면직 통보를 받고 일주일 정도가 지난 17일 김 부위원장이 귀가했을 때 학교에서 보낸 ‘징계위원회 출석 통보서’가 도착해 있었다. 김 부위원장이 학교에 확인해보니 ‘절차상 하자가 있어 21일(인터뷰 전날) 징계위에 출석해 소명하라’는 내용 이었다.

김 부위원장은 “‘직권면직’이라는 해고를 시켜놓고 이제 와서 징계위원회에 출석해서 소명하라니 말이 되는 얘기냐”며 “어디에 소속이 돼 있어야 소명을 해도 하는데, 나는 현재 해고자다. 출석할 수가 없다고 학교 실무 담당자에게 얘기했다. 직권면직부터 취소해라. 그래야 만약 출석을 해도 할 것 아니냐고 직권면직 취소 요구를 한 상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법인 관계자는 24일 <공무원U신문>과 통화에서 “몇 차례 당사자에게 학교나 학교 법인에서 복직 명령을 보냈지만, 서면 제출이나 직접 소명이 없었고 직권면직 통보 전에 학교 교장(교장은 징계위원회 위원이 아니다)에게 ‘복직할 수 없다’는 의견 표명을 했기 때문에 교육청 지시에 따라 직권면직 결정을 한 것”이라면서 “복직원이 제출되지 않았고, 그렇다면 기간제 교사 등을 채용해 학생들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필요가 있기 때문에 행정적 절차를 거쳐 결정한 것이다.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9일 직권면직 통보 후 17일에 다시 징계위원회 출석 통보를 한 부분에 대해 “교육청에서 그래도 직접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해야 하지 않겠냐 해서 직권면직은 유보시켜놓고, 출석을 요구한 것이다. 아직 징계위에서 징계결의서가 나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부위원장은 직권면직 취소 통보가 오지 않는 이상 법적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정권과 교육부 압박에 현장은 ‘눈치보기’ 급급

그는 특히 이러한 ‘절차상 하자가 있는 직권면직 통보’ 등 전교조에 대한 현장 조치들에 대해 박근혜정권의 압박에 현장에서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김 부위원장은 “그동안 정권의 ‘눈엣가시’였던 전교조에 대해 법원이 ‘법외노조’ 판결을 내리자마자 교육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지난 3월18까지 전임자들에 대해 처리 결과를 보고하라고 하는 등 압박하니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저 같은 경우는 학교에서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그 시간에 맞추려고 하다 보니 너무 앞서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원 판결이후 정권의 탄압이 가시화 될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지역 진보교육감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김 부위원장은 “전체 17곳 중 13곳이 진보교육감 지역이다. 적어도 단체협약을 통한 사무실 대여 등은 교육감 권한이다. 진보교육감들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전교조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조로서 당당하게 전임요구를 했지만 현재 정부나 교육부의 태도로 봤을 때 전임자 문제에 대해서는 김 부위원장도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상태다.

그는 “진보교육감들도 전임자 문제가 발생하면 이 부분은 교육부 소관이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한 발 물러난 상태다”면서 “전임자 직권면직 요구에 전북교육감은 버티고 있지만, 다른 곳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음 아프지만, 전교조를 위해 희생 감수해야

김 부위원장은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의 핵심은 ‘해고자 9명이 조합원’이라는 이유다. 사실 이 부분은 이명박정부때부터 이어져 왔던 사안이고 조합원 총투표에서 ‘해직자들과 함께 간다’고 결정이 난 상황이다. 이 선배들이 없었으면 지금의 전교조는 없었을 거라고 조합원들이 판단한 것이다”며 “중집과 대의원대회에서 전임자 문제가 발생하면 희생을 감수 할 수밖에 없다고 조직적으로 결정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는 70~80명 정도가 전교조 전임으로 활동을 했지만, 이번 일이 발생하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하고 조직적인 결단을 통해 최종 35명이 남았다. 다들 최악의 경우 희생을 감수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위원장은 끝으로 “전임자 모두 복귀할 수 없다. 전교조를 식물노조로 남길 수는 없다. 일정 정도 기간 누군가는 남아 다시 법내 노조로 들어갈 수 있는 준비도 해야 하고, 전교조 투쟁 과제들도 진행해 나가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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