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계승 전국 여성 노동자대회

"저성과자 해고 지침은 여성에게 더한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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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자에게 빵과 장미를!

1908년 3월 8일, 미국 섬유 공장 여성 노동자들이 여성들의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와 외쳤던 구호다. 이들의 투쟁을 기념하고 계승하기 위해 제정된 ‘3.8 세계 여성의 날’.

민주노총이 주최한 ‘108주년 3.8 세계여성의 날 계승 전국 여성 노동자 대회’가 5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렸다. 대회 내내 많은 비가 내렸지만 전국에서 올라온 천여 명의 노동자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꿋꿋이 대회를 이어나가며 108년 전 선배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 정신을 되새겼다.

이들은 대회에서 우선 여성 노동자의 노동 조건이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 국면 속에서 더 어려움에 처하고 있음을 비판했다.

▲ '108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계승 전국여성노동자대회'가 5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 '108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계승 전국여성노동자대회'가 5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대회 사회를 맡은 민주노총 정혜경 부위원장은 “노동개악이 여성에게 ‘더 질 낮은 일자리와 더 쉬운 해고, 더 적은 임금’ 등 더 큰 노동악화를 초래한다”며 “임신과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해 여성 노동자들이 남성 노동자보다 ‘저성과자 해고’의 대상에 놓이는 사례들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대회사에서 우선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 정책을 규탄한 후 “70~80년대 노동운동의 선구자들 속에도 여성들이 있었다. 그들은 차별과 여러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여성의 권리와 이 땅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투쟁해 왔다. 민주노총이 그 정신을 당당하게 계승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한국염 공동대표도 무대에 올랐다. 한 대표는 지난 해 12월 28일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대협이 민주노총과 함께 합의 무효 투쟁에 나선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일본 정부의 10억 엔을 받지 않고 우리 힘으로 ‘일본군 위안부 정의와 기억재단’을 설립해 역사의 정의를 살리려 한다”며 함께 해 주기를 호소했다.

▲ 비를 맞으면서 즐겁게 율동하고 있는 '3.8 계승 여성 노동자대회' 참가자들
▲ 비를 맞으면서 즐겁게 율동하고 있는 '3.8 계승 여성 노동자대회' 참가자들
▲ 여성 노동자들이 무대에 올라 "우리가 원하는 건 끝없는 편견과 폭력에 맞서 노동의 존엄을 되찾는 것"이라는 노래를 합창했다.
▲ 여성 노동자들이 무대에 올라 "우리가 원하는 건 끝없는 편견과 폭력에 맞서 노동의 존엄을 되찾는 것"이라는 노래를 합창했다.

민주노총도 대회 투쟁선언문에서 한일 위안부 협상이 우리 사회 여성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음을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여성을 갖은 방법으로 전쟁에 동원한 제국주의자들과 가부장 사회의 당사자들이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공식적 사과와 배상 없이 굴욕적인 합의로 우리 모두를 분노케 하고 있다”며 “과거사에 대한 정의로운 해결 없이 현재의 노동인권과 여성인권도 발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증언하기 위해 세종호텔노조, 홈플러스노조, 인천성모병원노조, 알바노조 등의 여성 조합원들도 무대에 올랐다. 알바노조의 조합원은 아르바이트 여성 노동자들이 외모에 대해 지적당하며 ‘화장’을 강요당하는 성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음을 고발했다. 그는 “CGV가 립스틱 색깔까지 지정해 바르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여성 노동자들도 외모가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고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 알바 노조 조합원들이 대회에서 알바 노동자에게 여성의 외모 가꾸기를 강요하는 문제를 지적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 알바 노조 조합원들이 대회에서 알바 노동자에게 여성의 외모 가꾸기를 강요하는 문제를 지적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3.8 세계여성의 날 노동자대회에서 해마다 ‘성평등 모범 조직 상’과 ‘성평등 모범 조합원 상’을 시상한다. 올해 성평등 모범 조직상에는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가평지부, 사무금융연맹 한화생명노동조합,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 공공운수노조 제주 여미지식물원분회, 공공운수노조 충남문화예술지부 등 5단체가 수상했다. 대부분의 조합원이 여성들로 이루어진 이 조직들은 어려운 노동조건 속에서도 적극적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는 공로로 상을 수상했다. 성평등 모범조합원 상은 정규직으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투쟁에 앞장 선 세종호텔 노조 차현숙 조합원 등 총 7명이 공동 수상했다.

▲ 성평등 모범 조직상 시상식
▲ 성평등 모범 조직상 시상식

대회 참가자들은 투쟁 선언문을 함께 낭독하며 ‘저성과자 해고 지침 철회, 여성과 남성의 임금 평등, 여성에게 전가된 이중 노동의 굴레를 깨뜨리기 위해 보육과 돌봄의 완전한 국가 책임 실현, 일터에서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 중단, 일본군 위안부 협상 무효’ 등을 요구했다.

대회는 ‘투쟁 박 터트리기’로 마무리됐다. 대회 후 보신각까지 행진이 예정돼 있었지만 우천으로 인해 취소됐다.

▲ 대회 마무리 상징 의식으로 박을 깨뜨려 '여성에게 좋은 일자리', 여성에게 노동조합을', '노동개악 저지' 문구가 적힌 깃발을 휘날리게 했다.
▲ 대회 마무리 상징 의식으로 박을 깨뜨려 '여성에게 좋은 일자리', 여성에게 노동조합을', '노동개악 저지' 문구가 적힌 깃발을 휘날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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