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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성과급제 '빡센 인생'이라고 전해라~[특별기고] 공직사회 '쉬운 해고' 성과퇴출제 반대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김태성  |  gnews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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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25  13: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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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직사회 ‘쉬운 해고’를 ‘접수’하려는 박근혜 정권

2017년 7월 P시청 사무실. 참담한 얼굴로 책상 서랍을 정리하는 김 과장 뒤로 직원들이 고개를 숙이고 흘깃흘깃 눈치만 보고 있다.

지난해 근무성적평정 최하위 등급을 받았던 김 과장은 올해 또 최하위등급을 받으면 적격심사 대상이 되기에 노심초사해 왔었다. 다행이 올해는 근무성적평정 최하위등급은 면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평가자인 박 국장에게 관리 당해온(?) 김 과장은 박국장의 경조사와 명절날 백화점 상품권을 잊지 않고 챙겼고, 하위등급을 벗어나려고 부하직원들을 마른걸레 쥐어짜듯 닦달했지만 '부하직원 1인 2자격증 취득 목표 80% 미만'이라는 최하위등급요건에 해당되어 '자아성찰 성과향상 프로그램' 교육에 입교하게 됐다.

가뜩이나 작년 근무성적평정 최하위등급으로 성과연봉이 대폭 삭감되어 계장보다 적은 금액이 찍히는 통장을 보며 명예퇴직을 고민했지만, 아직 대학생인 자녀들을 보며 마음을 다독여왔는데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직권면직 대상이 되어 버렸다. 김 과장에게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긴 걸까?

지난 해 8월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공무원 임금체계도 능력과 성과에 따라 결정되도록 개편해 나가겠다”고 발표하자 인사혁신처는 기다렸다는 듯이 관련 법령과 규정을 대대적으로 제·개정하면서 연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직사회 성과급제를 확대하고 저성과자를 퇴출하겠다고 맞장구쳤다.

현행 근무성적평정을 직무성과평가로 명칭을 변경하고 매년 6월, 12월 연 2회 평가하여 4급 이상 고위공무원이 2회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거나, 최하위 등급 1회에 무보직 6개월이면 공무원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심사하는 적격심사대상으로 선정되고 재교육 결과에 따라 직권면직하겠다고 한다.

5급 이하 실무공무원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근무성적평정 최하위 등급을 받을 경우 '6개월간 호봉승급을 제한'하는 인사조치를 발표하였다. 또한 근무성적평정을 토대로 등급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데 기존의 4등급 (S,A,B,C)을 5등급(SS등급 신설)으로 확대하고 등급 간 성과급 격차를 심화하여 최대 천만 원까지 임금차이가 나도록 했다.

다급하게 공직사회 성과급 퇴출제를 확대 추진하는 면면을 살펴보면 민간에 도입하려는 ‘쉬운 해고’와 시기와 내용이 맞물려 추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철밥통’으로 인식되는 공직사회의 밥그릇부터 먼저 깨트려 ‘접수’한 뒤 민간 노동자의 ‘쉬운 해고’를 ‘접수’하려는 것이다. 명분을 만들어 구역을 접수하려고 연장을 휘두르던, 영화‘나쁜놈들의 전성시대’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 행정의 공공성을 걷어차는 정부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직사회에 성과급제는 이미 도입되어 있었고 법에도 있는 제도로 그동안 시스템이 구동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엔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공직사회에 성과급은 1995년부터 도입되어 말그대로 별도 예산으로“특별상여수당”으로 지급되어 왔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공무원 총액임금에 편성되었고 공직사회에서 성과를 평가할 만한 객관적인 기준과 타당한 근거가 없어 실효성의 문제가 제기되어 형식적으로만 운영되어 오던 제도였다. 이런 문제로 현장에서는 성과상여금도 균등분배해 왔었다.

이쯤 되면 왜 성과급제도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직사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는지 되묻고 싶어진다. 역대 정권이 의지가 없어서 법에 명문화되어 있던 제도를 가동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시스템을 가동하려고 해도 실효성이 없어서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수십 년 동안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사문화된 법령이라면 폐기하는 게 박근혜 정부 3.0에 맞는 행정이 아닐런지?

공무원노조에서 성과급제를 반대하고 신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행정업무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 또 과연 공무원의 모든 업무를 객관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설령 몇몇 업무를 수치화할 수 있다해도 그것으로는 평가할 명분이 되지 못한다.

공직사회 성과제는 행정업무에 기업의 경영을 도입하겠다는 것인데 그건 사실상 행정의 공공성을 포기하겠다는 말이다. 객관적인 기준 없는 평가에서는 당연히 실적 평가가 될 것이고 ‘실적올리기’로 인한 피해는 행정서비스 주체인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게 뻔하다. 단속공무원은 매년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전년도보다 많은 단속실적을 목표로 할 것이고, 행정은 장기적인 비전보다는 결과가 바로바로 나타나는 단기적인 근시안적인 업무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성과급제를 도입했던 OECD국가(OECD 국가 중 극히 일부 국가만 도입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제도의 문제점으로 폐기하거나 도입을 꺼리고 있음)가 성과제와 조직성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생산품의 개수나 생산속도 등 양적 차원에서 성과가 일부 나타났을 뿐이고 정교한 인지적 노력과 창의성을 수반하는 일에서는 오히려 개인의 성과를 떨어뜨린다고 보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조차 성과관리시스템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 행정업무는 혼자만 질주하는 마라톤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은 공직사회 성과급제가 도입되면 성과향상을 위한 개인 간 선의의 경쟁으로 개인의 능력이 개발된다고 예언(?)하고 있다. 행정업무는 단순 즉결 민원업무처럼 혼자 처리하는 업무도 있지만, 대부분의 업무는 부처별 협업과 논의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과 부처를 성과평가한다면 선의의 경쟁이 아니라 부서 이기주의와 개인 이기주의로 행정의 유기적 시스템은 무너질 것이다.

행정은 혼자서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는 마라톤이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공격과 수비를 하면서 유기적인 조직으로 골을 넣는 축구경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골키퍼에게 상대편 골대로 전력질주해서 달려가라고 작전을 내리고 있는 꼴이라니 우습지 않는가?

이쯤 되면 박근혜정권이 왜 공직사회 성과급제를 도입할려는지 감이 올 것이다. 객관적인 기준이 없는데도 억지로 평가하고 거기다 최하위 등급까지 매긴다는 것은 평가자에게 피평가자를 통제하고, 제어하는 칼자루를 쥐어주겠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공무원보다는 당장 평가에 급급해 실적에 매달리고, 시키는 목표에만 주억거리는 말 잘듣는 공무원만 살리겠다는 건 아닌지? 얼마 전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에 공무원의 공직가치에 무엇에 대한 애국인지도 모를 “애국심”을 슬쩍 끼워 넣은 것과 공직사회 성과퇴출제는 무관하지 않다고 느껴진다.

인사혁신처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마지막 말은 이렇다. “우리는 지금껏 유일한 자원인 인재를 자원이나 인력으로만 여기고 이를 소비하는 데 관심을 가졌다. 이제는 인재를 Human으로 보고 이들을 효율적으로 교육하고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에 저성과자를 등급 매기고 퇴출까지 시키겠다는 박근혜 정권의 ‘성과퇴출제’선봉장인 인사혁신처장에게서 전혀 ‘휴머니즘’을 느낄 수가 없다. 오히려 공포와 괴기로 호러스럽다. 삼성인사팀장 출신에게 공무원은 그저 당근과 채찍으로 다루어야 할 ‘또 하나의 가축’처럼 느껴지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일반기업에서도 도입하다 중단하였고,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실효성의 문제로 폐기한 ‘성과급제’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면 공무원노조에서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 작년 연금 개악으로 노후 연금까지 내놓았는데 이제는 밥그릇까지 내놓으라는 것은 박근혜 정권 스스로가 공무원의 심판을 받겠다는 것이라 판단한다.

다가오는 4월 총선결과에 대한민국 노동자와 공무원들의 명운이 결정날 것이다. 나와 가족과 친구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투표를 해야 한다. 공무원노조는 전열을 가다듬고 긴 호흡으로 성과퇴출제 폐지를 위한 투쟁에 돌입하여 성과평가를 거부하고, 차등 지급되는 성과급이 균등분배 되도록 반납 투쟁하고 실질적인 수당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조합원의 하나된 행동으로 성과급을 무력화시키고 나아가 민간 노동의 ‘쉬운해고’를 막아내는 공무원노동자로서 사회적 책무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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