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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 대통령이 민간 주도 서명 참가, '도 넘은 행동' 비난 쇄도조선일보마저 "부적절하다" 질타…"선거중립 위반" 지적도
남현정 기자  |  elanvital1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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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19  14: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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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운동. 보통 시민사회나 사회운동 단체 등 민간에서 중요한 사회적 현안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대립되는 이슈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서명자를 모으는 활동이다. 서명을 하는 당사자는 자신의 실명과 연락처를 직접 서명지에 기입함으로써 ‘책임 있는’ 의사 표명을 한다. 법률적 효력은 없지만 많은 사람이 서명에 동참했다는 것은 그만큼 어떤 ‘주장’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고 민주 사회에서 일반 시민이 개인 의사를 표출하는 평화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정치가나 정책입안자들, 언론들이 서명 운동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실제 군사독재시절인 1986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1천만 서명운동’은 직선제 개헌에 큰 영향을 끼쳤다. 서명 운동은 권력과는 무관한 세력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런데 국가 기관이 이런 서명 운동에 직접 동참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관련 단체들이 주도하는 ‘경제활성화 입법촉구 1천만 서명운동’에 직접 참여했다. 박 대통령은 서명 후, “힘을 보태드리려고 이렇게 참가하게 됐고, 국민들과 경제인 여러분들의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헌법기관인 대통령의 서명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다수 매체가 이 사안을 주요 기사로 다루고 사설을 통해 비판하고 있다. 조선일보마저 19일 1면 기사로 ‘국회를 건너뛴 대통령’이라는 기사를 싣고 사설로는 “대통령이 마치 입법과 아무 관련이 없는 관전자나 평가만 하는 심판처럼 행동하는 것도 모자라 길거리 서명 운동에 나선 것은 적절한 대응이라고 하기 힘들다”고 질타했다.

   
▲ 1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에 서명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 = 청와대
   
▲ 청와대가 공개한 박근혜 대통령의 서명.  사진 = 청와대

19일자 한겨레 사설은 “원래 서명이나 청원은 약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수단”이라며 “모든 정책과 정치적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위치의 대통령이 서명운동을 벌이는 건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희화화하는, 도를 넘은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경향신문도 이날 사설에서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민간이 주도하는 입법 촉구 서명운동에 참여한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는 “국민의 대의기관이자 입법기관인 국회를 외면한 채 국민을 상대로 직접 정치하겠다는 선언이다.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국정 시스템을 부정하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4.13 총선이 임박한 만큼 선거중립 위반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본분을 망각한 잘못된 판단”이라며 “대통령의 서명운동 참여는 그저 국민 한 사람분의 서명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명백히 국회에 대한 압박”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이 삼권분립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것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 박 대통령의 서명으로 더욱 분명히 확인된 것은 있다. 박 대통령은 “오죽하면 국민들이 그렇게 나서겠는가”라며 “저도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했는데도 안 돼서 너무 애가 탔는데 당사자인 여러분들의 심정이 어떠실지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박 대통령에게 국민이란 전경련 등 경제계 이익단체들이지, 지난 해 말 장그래살기기운동본부가 주도한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이 재앙인지, 개혁인지 묻는 을들의 국민투표에’에 참여해 ‘노동개악’이라고 답한 96%의 '을'들은 아닌 것이다.

민주노총은 19일 논평을 통해 박 대통령의 서명이 “재벌 청부법안 관철 위해 대통령까지 나선 정경유착 서명운동”이라며 “이토록 정경유착에 노골적인 정권이 세상에 또 어디 있단 말인가”고 격하게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전경련이 “사원들을 동원해 서명을 불리느라 혈안일 것이고, 기업만 절박하다는 신년담화로도 모자라 대통령까지 서명전에 나선 마당에 공무원들도 동원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며 우려했다.

'을들의 국민투표'에서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가 14만8,989명의 투표자를 모으기까지 거의 두 달이 걸렸다. 을들의 국민투표플 주도한 이들은 10월 7일부터 11월 27일까지 전국 지하철, 병원, 교회, 생협, 대학 캠퍼스 곳곳에 투표함을 설치해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노동정책을 국민들에게 차근차근 알려나갔다.

‘경제활성화 입법촉구 1천만 서명운동’이 목표치를 달성하기까지 얼마나 걸리까. 아마도 장그래본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빠른 시간 안에 목표치를 달성할 지 모른다. 대통령까지 나선 마당에 공무원들도 서명에 ‘동참’하고 재벌기업 총수들과 임직원들이 나서 사원들의 '자발적' 서명 참여를 ‘독려’가 예상되지 않는가. 하지만  그렇게해서 1천만명이 서명하고 2천만명이 서명한들 그것이 과연 민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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