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실태와 개선 과제

“정부, 고용률 70% 위해 저임금 불안정한 시간제 일자리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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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고용률 70% 로드맵’을 계기로 신규 채용형 시간선택제 일반직 공무원 제도가 처음 도입되었다. ‘로드맵’은 2012년 64.2%에 불과한 15~64세 고용률을 2017년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5년 동안 238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5년 내에 대체 238만개의 일자리를 어떻게 만드느냐? 비밀은 바로 시간제 일자리 창출이다. ‘로드맵’은 시간제 일자리를 93만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는데 이는 5년 동안 새로 만들 일자리 238만개의 40%에 달하는 수치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은 5년 동안 시간제 일자리를 대폭 늘려서 달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2014년도에 최초 선발된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규모는 다음과 같다. 정부는 2014년 상반기(208명), 하반기(170명) 두 차례에 걸쳐 시간선택제 국가직 공무원 378명을 선발하였다. 지방직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경우 2014년도 채용 계획은 684명이었는데 이는 일반직 채용인원 12,654명의 5.4%에 해당하는 규모다.

2015년도 채용계획을 살펴보면 국가직의 경우 377명을 선발할 예정인데 42개 정부부처에서 6급 19명, 7급 49명, 8급 20명, 9급 279명, 연구사 1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특히 지방직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경우 올해 채용규모는 1,317명으로 일반직 (16,164명) 대비 8.1%로 그 비중도 확대되었다.

시간선택제 공무원, 초과근무, 단순업무차별과 소외 심각

이들의 실제 노동실태는 어떨까? 정책연구원에서 수행한 심층면접 결과에 의하면 이들은 현장에서 다양한 차별과 불합리한 문제점을 경험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제도의 취지와 달리 일상적으로 초과근무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애초 시간선택제가 장시간 근로문화를 개선하여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문화로 전환한다는 취지였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초과근무가 만연해있었고 심지어 시간외근무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장시간 근로관행을 없애겠다는 정책의 목표는 온데간데없고 일은 일대로 시키고 그에 따른 보수는 제대로 주지 않아 ‘값싼 전일제’ 노동자를 부려먹는 꼴이 되어버렸다.

다음으로 심각한 문제점은 시간선택제 공무원들은 주로 단순하고 책임이 덜한 업무를 맡고 있으며 이에 따라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들은 주로 민원봉사실에서 통합민원 발급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앞으로 언제까지 민원업무를 계속하게 될지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민봉과(민원봉사과) 붙박이’라는 차별적 언사까지 들어야 했다. 자기 책임 하에 스스로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업무를 갈망하기도 하였다.

셋째, 이들에게 지급되는 보수는 근무시간 비례 원칙에 따라 전일제 대비 절반에 불과하며, 이러한 시간비례원칙은 치명적인 허점을 갖고 있었다. 예컨대 주 20시간(하루 4시간)을 근무하는 9급 1호봉 시간선택제의 경우 1,282,800원(2015년 기준)의 절반인 641,400원의 봉급을 받는다. 여기에 각종 수당 400,000원 가량을 합해도 한 달 보수가 100만원을 간신히 넘는다. 이는 단신 근로자 한 달 생계비 1,506,000원(2013년 최저임금위원회 기준)은커녕 한 달 최저임금 1,166,620원(2015년 기준)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독립 생계형 일자리가 아니라 소득보충형 일자리로서 전일제로 일하는 배우자나 가족의 보조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일자리다.

▲ 지난 해 5월 1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15년 영남권 통합 일자리박람회’와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에 참여하기 위해 참석자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고 있다. 사진 = 뉴스1
▲ 지난 해 5월 1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15년 영남권 통합 일자리박람회’와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에 참여하기 위해 참석자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고 있다. 사진 = 뉴스1

그렇다면 4시간 일했으니 4시간만큼 봉급을 주는 시간비례원칙은 정당한 걸까? 시간선택제 공무원들은 8시간짜리 노동을 4시간 안에 “구겨 넣기” 해야 하는 상당히 높은 강도의 노동을 수행하고 있었다. 더욱 기이한 점은 초과근무수당의 경우에도 시간비례원칙을 적용하여 지급한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전일제와 똑같이 시간외근무를 해도 수당은 전일제의 절반밖에 못 받는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졌다. 여비마저 전일제 대비 절반만 지급받는 사례도 있었다. 근무시간이 절반이라고 해서 출장도 절반만 다녀오는 것이 아님에도 시간선택제라는 이유로 여비를 절반만 내주었다.

넷째, 이들로 하여금 박탈감을 느끼게 만든 또 다른 중요한 이유로는 지역마다 다른 처우 기준이었다. 시간비례원칙에 따라 지급하거나 보장해야할 것조차 지침이 없다거나 모른다는 이유로 보장하지 않은 사례가 허다했다. 동일한 광역시 내에서도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는 구와 그렇지 않은 구가 있기도 했고, 교육훈련시간도 시간비례원칙에 따라 절반만 이수해야 하지만 전일제와 동일하게 받는 경우도 있었다.

다섯째, 시간선택제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보이지 않는 차별, 혹은 명시적인 차별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었다. ‘쩜오’나 ‘반쪽’이라 불리는 등 동료 공무원들이든 주변의 지인들이든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무관심하거나 곱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당사자들은 괜히 위축되거나 자존감이 하락하는 등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여섯째, 이들은 평소 느끼는 불합리한 처우와 차별에 대해서 적어도 속 시원히 얘기라도 털어놓을 통로를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이들은 직장 내에서 극히 소수여서(한 구청에 2~4명) 절대다수가 전일제인 주변 동료들에게 심정을 털어놓기도 어려웠다. 노동조합이 그런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기도 했고, 자신들끼리 모임을 조직해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아직은 현장에서 노동조합, 특히 전국공무원노조의 존재나 역할은 이들에게 잘 체감되지 않았고 조합의 대응 방식도 지역마다 상이했다. 어느 지부의 경우 신규 채용자 모임에 시간선택제도 참석케 하여 노조 가입을 적극 권유한 경우도 있는가 하면 다른 이유로 노조가입을 권유하지 않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노동조합이 가입을 권유조차 하지 않거나 지역의 언론사보다도 이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지적은 뼈아프게 새겨야할 지점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노동시간 단축 통해 가능

이처럼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저임금에 불안정한 일자리에 불과하며 당사자들도 다시 전일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등 임시 일자리로 여기고 있었다. 이러한 저질 일자리는 더 이상 만들어선 안 된다. 정부가 오로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막무가내로 저질 일자리를 양산하면서 고용불안을 악화시키고 현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어정쩡한 시간제 일자리를 신규로 만들 게 아니라 안정된 일자리로서 시간제 근무 형태를 확대하는 것이 옳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의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가능하다. 일자리의 질을 높이고 시간제 노동자에게 다양한 권리를 부여하여 여성과 남성 누구나 일가족양립을 위한 수단으로 시간제 근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잘못된 정책의 피해자로서 기존 시간선택제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 문제도 외면해선 안 된다. 최저임금을 대폭 상승하여 전체 노동자의 임금을 높여 궁극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또한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보장해야 할 노동조건, 즉 여비, 식비, 가족수당 등 생활보장성 임금과 초과근무수당은 시간비례가 아니라 온전히 보장해야 한다. 또한 전반적으로 처우 기준을 통일하여 동등하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우리 노동조합은 이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불합리한 점들을 외면할 게 아니라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처우 개선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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