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책임 방기, 대학 구성원 간의 이전투구로 호도

국립대 직원의 생존권 위협, 정부가 앞장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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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기성회 수당 관련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질타를 받은 교육부 담당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기성회 수당 관련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질타를 받은 교육부 담당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국립대인 P대학 행정실장으로 근무하는 K씨의 가족은 우울한 추석을 보내야 했다. 9월부터 80만 원 가량의 임금이 삭감됐기 때문이다. 270만원 정도 들어오던 월급에서 1/3 가까이 되는 금액이다. 매달 들어가야 하는 아파트 대출금도 문제지만, 2명의 자녀는 20대 중초반으로 대학등록금부터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고민이 앞선다. 그는 “경제적인 문제가 갑작스럽게 닥치자 그 문제로 아내와도 다투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육부가 이달부터 국립대 일반직 공무원에 대한 기성회비 수당을 전면 폐지하기로 하면서 나타난 현실이다.

대학 현장에서 만난 국립대 직원들은 “기성회 수당 삭감문제가 이렇듯 직접적인 타격이 될지 몰랐다”면서 분노하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교육부가 폐지한 ‘수당’을 ‘임금’으로 생각했다. 단순한 수당 삭감이 아닌 ‘생존권의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 1년 연봉 1천만원 깎였다

 

또 다른 국립대 K대학 도서관 기획팀장으로 근무하는 K씨는 “문제는 수당이냐 임금이냐의 논쟁을 떠나, 정부도 대학도 직원들의 생계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달 월급 통장을 보고서야 자신이 받던 수당이 어느 정도의 금액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가 보여준 통장은 8월에는 250만원 정도의 월급이 9월에는 175만원으로 찍혀있다. 정액연구비와 함께 두 달에 한 번씩 들어오던 교재개발비도 빠져있기 때문이다.

K 팀장은 9년을 근무해 7급 8호봉의 월급을 받고 있다. 그가 다니는 대학의 경우 기성회비 수당을 못 받는 직원은 모두 300명에 이른다.

국립대 직원들의 전체적인 현황을 살펴봐도 30년차 서기관급 직원의 9월 봉급은 4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10년차 직원의 월급은 28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대폭 줄어 든 것으로 나타난다. 연봉으로 따지자면 평균 1천만원 가량의 ‘임금 삭감’인 것이다.

 

# 국가의 교육책임 기성회로 떠넘겨

 

그렇다면 수당 문제의 발단이 된 기성회는 어떻게 생겼을까. 박정희정권은 교육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교육시설의 확보와 학교 운영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기성회를 1963년 발족시켰다. 교육전문가들은 교육에 대한 국가의 재정적 책임을 학부모에게 떠넘긴 결과가 됐다고 말한다.

실제로 국·공립대직원 급여는 사립대직원의 70%수준에 불과하다. 때문에 국립대 교직원의 급여와 사립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인건비성 경비의 비중이 다소 높게 나타나고 있다.

애초에 국립대 재정지원 등 고등교육의 국가적 책임을 방기한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예를 들어 미국 공립대학의 총 세입 중 등록금이 차치하는 비중은 19% 내외다. 하지만 한국의 국립대 총 세입 중 등록금 수입(수업료와 기성회비)이 차지하는 비중은 41.2%이고, 기성회비 수입은 35.5%로 나타난다. 정부의 부담보다 학생.학부모의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교육부 등 정부는 교육재정 확충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다만 모든 문제를 기성회에 대한 문제로 몰고 가는 형국이다.

 

# 기성회 손 볼 여지 거의 없어

 

그렇다면 기성회 수당만 없애면 등록금 인하와 대학 재정의 투명성이 담보될 수 있을까.

첫째, 대학의 기성회비는 각 대학 기성회 규약에 근거하여 거두고 집행된다. 기성회장은 기성회 규약에 따라 총장에게 위임하여 기성회비를 징수하고 집행하며, 학년도 마다 기성회 이사회를 개최하여 기성회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또한 국립대학의 기성회계는 대학 자체감사, 기성회 감사, 교육과학기술부감사, 감사원감사, 국정감사 등으로 통제되고 있다. 자의적인 회계처리를 최대한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국공립대학의 기성회계 전체 예산은 약 2조 2,073억이며,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수당 총액은 559억으로 전체 기성회 수입의 2.53% 정도이다. 이는 교육부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학생 1인당 연간 10만 2천원의 부담액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공무원 직원들의 수당 삭감으로 인한 등록금 인하 효과는 1학기에 5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국립대학 설치의 직접적 근거가 되고 있는 ‘국립학교설치령’은 설립된 학교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국고에서 부담한다(제20조)’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등록금 인하와 교육 종사자에 대한 처우개선에 대한 책임, 둘 다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 임금삭감 저지 투쟁 전국으로 확산

 

현재 국립대 직원들의 분노는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 25개 국공립 대학이 임금삭감 저지를 위한 비상총회와 총장 항의 면담 및 농성 투쟁 등에 나선 것이다. 5일 간 단식 농성을 진행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김중남 위원장과 대학노조 장백기 위원장은 임금삭감 저지투쟁을 추석 이후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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