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동민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경상도 공화국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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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유신체제를 겪었고 노무현을 지지했던 50대는 왜 박근혜에 몰표를 주었을까?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게 50대 하우스 푸어 대책이 없었다고 하는데 그게 원인일까?

아니라고 본다.
 
대한민국은 경상도 공화국이다. 경상도가 지배하는 공화국이다. 박정희 이후 1990년까지는 대구·경북(TK) 공화국이었는데, 1990년 3당 합당 이후에는 부산·경남(PK)이 가담하여 명실 공히 경상도 공화국이 되었다. 1987년 6월 항쟁의 승리 이후 민주화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방황하는 결정적 원인을 김영삼이 제공한 셈이다. 이와 더불어 박정희 정권에 격렬하게 저항했던 PK 지역이 함께 결합함으로써 경상도 정권을 완성한 것이다. 충청도와 강원도는 경상도 정권의 2중대, 3중대가 되었다.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는 겨우 36.7%의 득표로 당선되었다. 김영삼이 28%, 김대중이 27.1%, 김종필이 8.1%였다.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은 TK는 물론이고 PK에서 62.5%를 득표함으로써 10.9% 득표에 그친 DJ를 누르고 당선된 바 있다. PK에서 두 후보의 표차는 217만표로서 전국표차 193만표보다 많았다. YS의 전체 득표율은 41.4%였다. 대체로 이 40% 안팎의 비율이 새누리당의 고정 지지자 비율로 굳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1997년 대선에서는 PK 득표율이 이회창 53.8%, 이인제 30.0%로 양분된 사이에 YS의 내각제 이면합의를 뒤집은 데 대해 분개하는 김종필과 손을 잡은 김대중이 39만표(1.6%) 차이로 기적같이 당선될 수 있었다.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이 PK 출신으로 PK지역에서 29.4%를 득표하고, 인터넷에 둔감한 보수적 노년층이 방심하는 사이에 승리할 수 있었다.
 
전라도·서울 제외하면 온통 빨강색

이번 선거 결과를 보자. 박근혜 후보가 얻은 1,577만 3,128만 표중에서 경상도에서 얻은 표가 564만 263표로 35.76%에 이르는 반면에 문재인 후보가 얻은 1,469만 2,632표 중에서 전라도에서 얻은 표는 282만 2,406표로 19.35%에 지나지 않는다. 표로는 딱 2배 차이가 난다. 이번 선거는 여야의 지지자가 총 결집한 결과로서 이 지역구도를 깨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기에 충청도와 강원도가 경상도 정권에 2중대 3중대로 참여하고 있으니 더욱 더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유일한 희망은 수도권의 선택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수도권 50대 유권자들이 박근혜에게 몰표를 줌으로써 경상도 정권에 힘을 실어주었다. 하우스 푸어 운운하는 해석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사마천은 사익의 추구가 혼란의 시작이라 했고, 플라톤과 노자, 마르크스, 러셀 등 동·서양의 쟁쟁한 위인들이 사적 소유를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민족을 배신한 독재자의 딸을 선택한데 대해서는 그 어떤 해석도 정당하지 않다. 비시정권에 참여하여 나찌 독일에 협력했던 자가 프랑스의 대통령이 되고, 나중에 그 딸까지 대통령이 되었다면, 우리는 그 프랑스 국민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이번 선거결과의 지역구도는 1992년 때와 판박이다. 전라도와 서울만 제외하고 온통 빨간색이다. 서울도 겨우 빨간 칠을 면했다. 전라도는 완벽하게 고립된 섬이 되었다. 1997년과 2002년의 기적은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어떻게?
 
이렇게 되니 2003년 전국정당을 표방했던 열린우리당의 실패가 너무나 아쉽다. 유시민의 전라도 모독 발언이나 참여정부의 인사정책 실패도 거론되지만, 근원적인 원인은 분당과 창당을 주도하고 열린우리당을 이끌었던 지도부의 철학 부재였다.
 
50대의 정의를 회복하려면

국민들은 집권여당에 국회 과반수 의석을 만들어주고 개혁을 기다렸는데, 당시 정동영 김한길 등 지도부는 소위 실용주의 노선을 선택함으로써 결정적인 기회를 날려버렸다. 그 실용주의란 것도 개혁의 결실을 거두는 실용이 아니라 타협적 개량주의의 실용이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역사는 반동도 있고 시행착오도 겪을 수 있는 만큼 민주당이 혁명적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전라도에 안주해온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전국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서약이라도 하고 바꿔야 한다. 아니, 그래야 한다. 이 길만이 경상도 정권에 균열을 내고 50대의 정의를 회복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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