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사법부를 국민이 선출해야할 때

외형은 법치 , 본질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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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두개의 문>에서 한강르네상스와 용산국제지구를 위해 화형당한 철거민과 특공대의 젊은 번제물은 권력과 자본의 끈끈한 동거로 국가가 국민을 살해하는 현재 한국사회의 천박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는 피해자가 되며 증거는 은폐되고 절차는 신속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합법하고 정당한’ 판결을 내린 주심은 현재 대법원장이고 4명의 생명을 앗아간 남일당 망루는 현재 주차장이다.

이런 법현실은 사법부를 구성하는 법관들이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일단 판결이 내려지면 국민대다수가 이를 반대하더라도 되돌릴 길이 없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즉 헌법상 제1의 통치원리라 할 수 있는 국민주권은 껍데기만 남을 뿐, 실제로는 ‘법관주권’에 의해 통치될 수 있는 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법부를 한자로 어떻게 써야할까.  행정부의 한 부서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법부(司法“部”), 혹은 아예 죽어서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死法府 , 권력자의 지배이데올로기를 보위해주는 私法府 . 허탈하지만 이 모두 현재 대한민국의 사법부를 빗댄 적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1987년 6월 10일 전국의 학생과 시민들은 대통령 직선제와 민주적 헌법 개정을 외쳤다.  4월 전두환 대통령의 호헌 발표에 대한 전국민의 반대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대학생 박종철 고문살인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집권당은 6·29 민주화 선언으로 시민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민주주의’란 단순한 구호나 활자가 아니며 현실 자체이고 실생활의 기반임을 실감하게 되었으며 직선제로의 개헌은 ‘국민주권’을 실현가능케 하는 열매인 듯 했다.

그러나 한미FTA협상과정과 4대강사업, 제주해군기지건설, KTX민영화 등 공공성이 중시되어야 할 중요한 국가정책 결정과정을 통해 우리는 국민여론과 동떨어진 밀어붙이기식 정책형성 집행과정을 보며 우리사회의 민주주의 수준과 사법부의 민주화정도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국가보안법, 집회및시위등에관한법률, 병역법 등은 ‘반공’이데올로기가 작동하고 강화하는데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각종 세법과 상법은 자본의 이익축적을 공공연히 도왔고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은 열악한 노동상황을 정당화하고 노동자들의 저항을 억압함으로써 ‘경제성장’이데올로기가 유지되는 데에 기여했다.

지금까지 노동자의 파업과 같은 쟁의행위는 법적으로는 보장되어 있었으나, 실제로는 용역을 동원 또는 묵인한 정권의 물리적 폭력진압과 검찰 및 사법부의 엄벌이라는 협주곡으로 다스려졌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사법부가 재판을 통해 선택한 국가정책은 그 정당성 면에서 흠결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 검사, 변호사와 같은 전문가들만이 관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책 결정에서 국민은 객체 또는 대상으로만 남는다.

‘사법부 독립’이라는 조직보위의 명분으로 법원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일에 그 권한자인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 이외 다른 세력들, 국민과 시민사회 등은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현실도 폐쇄성에 한몫한다.
사법부는 사법부독립으로 상징되는 형식적 권위를 강조하여 그 어떠한 비판도 인정하지 않고 “재판의 권위에 도전”한다고 규정한다. 보수언론은 사법부의 이런 잘못된 법적이데올로기에 날개를 달아 유포한다. 이에 학계와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시민에 의한 참여사법과 국민에 의한 법관선출이 진정한 의미의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른 균형과 견제의 도구이며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주효한 하나의 방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힘은 재판과 같은 제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정치의 주체로 굳건히 섬으로써 얻어지는 꾸준한 참여와 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6월민주항쟁의 핵심정신은 ‘국민주권’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바로 이나라 법치주의의 제1원리규준인 대한민국 헌법 제 1조가 아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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