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은 한 시대의 법과 정의, 양심의 최고 권위를 가지는 영예 만큼이나 국민과 역사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더구나 최종심이자 최후의 인권보루로써의 막중한 국민적 책무가 강하게 지워지기 때문에 시대에 부합하는 인권적 감수성과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자질을 갖춘 대법관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일 양승태 대법원장의 신임 대법관 후보자 제청은 실망스럽지 아니할 수 없다. 신임 대법관 후보자로 제청한 고영한 법원행정처 차장, 김창석 법원도서관장, 김신 울산지방법원장, 김병화 인천지검장 등의 면면을 살펴보면 여성 배려나 보수와 진보의 균형은 안중에도 없고, 대법관을 승진코스로 여기고 그저 기수를 배려하고, 검찰과의 직역 나눠먹기로 안배했을 조직이기주의에 불과할 뿐,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대법원 구성을 위해 고민한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많은 민주 제 단체들이 이번 제청을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무시하고 사법민주화와 개혁을 10여 년 후퇴시킨 폭거로 규정하며, 소위 엘리트 법관 출신으로 법관서열구조를 고착화시킨 관료사법의 전형으로 평가하고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추천위원들이 현직 법관과 법무부장관, 변호사, 법대 교수 등을 중심으로 한 법조직역 구성원이 전체의 70%로 철저히 법조를 위한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어 국민적인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추천절차도 매우 형식적이고 회의가 비공개로 밀실에서 이루어져 사실상 국민적 통제가 불가능 했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대법관 인선기준도 없었다.
비법조인과 여성, 보수와 진보가 다양하게 고려되어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대법원장의 제청이 이루어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대법관 추천과 제청 체계는 대법관추천위원 구성 뿐 아니라 대법관 후보 인선절차 전 과정에 국민적 대표성과 참여, 민주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19대 국회에서는 이와 함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과 법원장 등 고위법관들에 대한 국민선출제, 검찰개혁, 검·경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못다 이룬 사법민주화와 제도 개혁을 위해 발로 뒤어야 한다. 국민들은 그들에게 그리 하도록 채찍질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