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등기소들 끼리 경쟁체제에 돌입했습니다.
광주지방법원(법원장 지대운)은 지난 2월 24일 관내 등기과-소 평가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평가계획 안에는 전화친절도 평가내용으로 미리 준비된 시나리오(가상질문내용)에 따라 점검하고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방식" 이라든가
"평가자는 조사일정표에 따라 각 등기소에 순차적으로 각 3회 실시하되 가급적 동일 전화번호로 점검하는 것은 지양함"이라는 내용도 있습니다.
그로부터 두어달 후,
지난 4월 5일에는 광양등기소에 광주지방법원장님께서 다녀가셨습니다.
초도순시 계획이 내려 온 후부터 손님맞이 준비를 위해 분주했습니다.
등기소들끼리 경쟁해야하니까요..
업무현황을 열번 이상 수정하고
업무현황 보고하는 시간 20분을 위해 5만원짜리 수반도 샀습니다.
화원에서 만원씩을 주고 화분 세개를 빌렸습니다.
등기소장님은 문방구에서 태극기를 사서 액자에 넣어 걸어놓으라는 말씀도 계셨는데 나중에 이것은 다시 하지 않기로 하셨습니다.
기념촬영을 위해 사진사를 부르라시는 말씀에
"지금도 출장 사진사라는 직업이 있나요?" 여쭸다가
말대꾸하지 말라는 핀잔을 들었습니다.
광주지방법원장님께서 오시기 전날 진공청소기로 바닥, 창문, 입구 물청소 등 대청소를 하고 있는데
한 민원인분께서 "누구 높은 냥반 옵니까?" 하시길래
"네, 광주본원장님께서 오십니다." 말씀드렸더니
"허이구~ 서울에서 오면 난리나겠네.." 하시더군요.
예를 갖추어 청소를 깨끗이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은 아름답고 순박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없는 경비를 들여
단 몇분을 위해 5만원짜리 수반 을 사고 전시용 화분을 빌리는 것이 인지상정인가요
그 오만원...
울산지법의 치명적불면증이라는 희귀병에 시달리는
그 조합원에게 보내주지..
지난 3월 울산지법 희귀병에 시달리는 조합원 이야기를 할때
'일일이 못챙긴다' 하셨던 가슴아픈 일이 생각나더군요.
태극기를 액자 안에 가둬놓는것은 故김대중대통령 재임시절인 2002년에 일재의 잔재라 하여 행정규정에 의해 일제히 없애도록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굳이 실내행사가 있어 국기를 게양하고 싶으면 실내용 게양대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민원인의 차량을 주차하지 못하게 통제하여 같은 날 오후에는 '광양신문'이라는 지역신문에 제보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이런 일화들,
권력프레임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권력을 가진 자와
그 권력에 편승하고자 하는 자.
앞으로는 초도순시 계획을 내려주실 때,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함께 주시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민원의 최 일선에서 고생하고 있는 직원들의 '쌩얼'을 그대로 봐주시고,
'꾸미거나 과장하면 감점'이라는 원칙을 보여주신다면
더없이 존경받으실 어른이 되시리라 생각해봅니다.
업무현황보고서를 열번이상 수정한 것은 수치에 오류가 있거나 착오가 있어서가 아닌 단지 '보시기에 좋기 위함' 이었습니다.
등기소끼리 경쟁해야 하니까요.
삐뚤어지게 보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며,
"좋게좋게" 넘어가는 것이 "좋다"고 뭉개는 것이 권력프레임이라는 생각입니다.
다리가 다쳐 아픈 사람이 있는데
좋은 사람이 옆에서 '널 사랑해줄께' 라고 "좋게좋게" 해주면
아픈 다리가 저절로 낫는 것은 아니죠.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죠.
무조건 긍정하는 구태의연함이
부조리와 사태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성심성의껏 대접하고자 하는 순수를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순수가 이용되고, 악용되는 현재의 구태의연함을 말씀드리는 취지입니다.
'사람 좋다', '성실하다' . '일 잘한다. '
'칭찬'보다는 일 잘하는 만큼 '월급'을 더 주시든가 성실한 만큼 '수당'을 주셔야 합니다.
'고생 많지? '고생 많은 것 아시면 고생하는 원인을 제거해주셔야 합니다
잘보이기 위함 -
이 지점이 '순수'영역을 빗겨가는 권력프레임이라는 것입니다.
누구한테 잘 보이고 싶은 것일까요.
무엇을 위해 잘보이고 싶을까요
정답입니다.
서로서로 돕고 힘을 합해야 하는데 유리 벽에 갖힌 우리 하위직 공무원끼리만 힘을 합하고 있습니다.
선의와 호의로, 성실하게 일을 해온 우리 하위직공무원에게 돌아온 대답은
연일재판부, 전자소송, 1인등기관제, 광역등기국, 등기소 간 경쟁,
그리고 권력자의 실적을 쌓아 드리기 위해 죽어간 동료들 입니다.
바로 옆의 직원이 차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해도,
과로로 쓰러져 사망해도,
창문에서 뛰어내린다 해도,
내가 아니면 그만이고,
난 권력자의 그 권력에 편승하면 그만이라는 인식.
그 무서운 잠재의식이 지독하게 대물림되고 있고
조직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 죽어 나간 다음에 성금 모아주는 게 우리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긍정의 힘' 이라는 이론은 미국 경기침체기에 서민들의 비판의식을 마취시키기 위해 준비하고 유통시킨 이론이었다죠.
무조건 긍정이 아니라 '정확한 현실인식'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