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적연금 활성화 정책 노골화… 새누리, 공적연금 퇴직금제 검토

공무원연금 개혁, 사적연금시장 '먹잇감'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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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6일 발표한 <2014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사적 연금 가입 제고’를 명시한 데 이어 13일에는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가 후원하는 ‘사적 연금 활성화를 위한 정책 세미나’가 열리는 등 범 정부적으로 사적 연금 시장 밀어주기를 노골화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지급액을 줄이고 별도의 퇴직연금 또는 퇴직금을 받도록 하는 공무원연금 개혁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정부와 여당이 공적연금을 침체된 민간보험사 먹잇감으로 던져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6일 정부가 발표한 2014년 세법개정안에는 사적연금 가입 제고를 위해 확정기여형 퇴직연금가입자에게 세액공제 대상 퇴직연금 납입한도를 300만원 추가 확대하는 안이 제시되어 있다.

퇴직연금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현행 확정급여형의 연 수익률이 1%대에도 못 미치는 등 개인 퇴직연금 시장이 침체를 벗지 못하자 위험자산에 40%까지 투자할 수 있는 확정기여형으로 바꿔 손실을 감수하고 수익률을 내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확정기여형으로 전환하는 것은 “퇴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3일 열린 세미나에서도 주로 현행 퇴직금 제도를 단계적으로 퇴직연금제도로 일원화해 퇴직연금의 가입대상과 가입률을 높이는 방안 등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노동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 정책세미나는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고용노동부와 금융위원회, 보건복지부, 연구단체 등이 참여한 ‘사적연금 활성화방안 테스크포스’에서 3개월여 동안 마련한 방안이다.

▲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가 후원한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 정책 세미나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KDI는 발제를 통해 '퇴직금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추진해 사적 연금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가 후원한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 정책 세미나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KDI는 발제를 통해 '퇴직금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추진해 사적 연금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발제를 맡은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 금융연구부장은 “기업이 금융기관과 계약을 맺어 퇴직연금의 운영관리를 일괄적으로 위탁하는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제는 수급자인 근로자의 선택권과 수급권을 제약하므로 노사가 별도 수탁자를 지정한 뒤 기금운영위원회를 통해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기금형’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또 세제·재정 인센티브를 도입해 사적연금의 가입률을 제고하고 퇴직연금자산운용 규제 폐지, 개인연금 운용수수료 할인, 연금담보대출 활성화 등의 유인책을 제시했다.

토론자들 대부분은 현재 한국의 상황을 감안할 때  ‘기금형’의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고령화 연구실장은 “기금형에 요구되는 높은 운용 비용, 전문성, 관련자 간 이해 대립, 관리·감독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담보되지 않는 한 현행 ‘계약형’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최문석 한국경영자총협회 책임전문위원은 “한국은 현재 퇴직연금의 주류가 확정급여형(DB)으로 안정성을 추구하고 있다. 투자자가 위험부담을 책임지는 확정기여형(DC)형이 크게 늘어나야 ‘기금형’ 도입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퇴직연금의 운용 방식에 대한 의견은 이렇게 나뉘었지만 이들은 모두 “사적 연금의 활성화”는 “필연적”이고 “당연하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이 너무 “허접하기” 때문에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사적 연금 가입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국의 사적 연금 가입률이 낮은 것을 “국민들의 낮은 금융지식 수준”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원금 손실도 있는 과감한 투자도 할 수 있어야 ‘큰 수익률’을 낼 수 있는데 국민들이 그런 ‘위험한 투자’는 엄두도 내지 않고 안정성만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박영석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근로자가 투자 위험을 인식하고 전적으로 부담할 수 있어야 다양한 연금 상품이 개발되고 합리적이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하며 국가와 정부가 나서서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라는 요구를 숨기지 않았다.

사적연금 활성화는 시기상조

하지만 정부의 이런 사적 연금 시장 활성화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정부가 말로는 “노후소득 보장 기능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속내를 살펴보면 다른 의도가 보인다는 것이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이은경 연구원은 “공적 연금과 사적 연금을 통한 노후소득에 대한 다층적 보장을 하는 국가들은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이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고 탄탄한 기반을 가진 상태에서 특수하고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민간보험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공적 연금이 미발달한 한국에서 사적 연금의 활성화를 추구하는 것은 우선순위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국민연금 가입 대상자임에도 가입을 하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세제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이미 대기업 중심으로 가입된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결국 대기업과 민간보험회사에만 이익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고 공적연금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가 퇴직연금제도 개편과 관련한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공무원노조의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최근 공무원연금의 일부를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려고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데, 민간보험사의 투자를 자유롭게 하고 손실은 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확정기여형으로의 퇴직연금제도 개편이 말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결국 권력과 자본이 공조해 이득은 그들이 가져가고 손실은 약자들에게 돌리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속내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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