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10주년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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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세월을 견디며 조합원 15만의 시대를 연 전국공무원노조의 끈질긴 생명력에 먼저 경의를 보낸다.

2002. 3. 23. 서울 고려대학교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창립 대의원대회를 개최한지 만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의 신하 자리에서 내려와 국민과 함께 하는 봉사자로서, 그리고 공무원 노동자로서 ‘국민을 위한 공무원’이 되겠다며 당찬 선언을 발표하던 그 기억이 새롭다. 필자는 공무원노조 10년 동안 공무원노동자들이 정권으로부터 받은 핍박의 일단을 되돌아봄으로써 그 고통을 위무하고자 한다.

10년의 세월을 되돌아보면, 공무원노조는 태생적으로 정부비판적인, 내지 ‘반정부적인’ 성격(정부를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의 상대방으로 한다는 의미)으로 인해 권력의 눈에 가시였고, 그 결과 항상적인 탄압과 감시의 대상이었다. 집권세력의 나팔수요 선거의 동원수단이던 공무원들이 느닷없이 자신의 주인에게 선전포고를 한 셈이니 오죽했으랴. 더욱이 공무원노조 스스로 공무원 사회 내부의 감시자로서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와 비리를 척결하고 투명한 공직사회를 만들겠다며 국민들 앞에 감히 약속까지 하였으니 권력 스스로 지레 제발이 저렸을 수도 있다. 그 위기감은 단체행동권을 원천봉쇄하고, 정치활동의 자유를 전면 금지하고, 노조자율사항인 노조가입범위마저 6급 이하 공무원으로 제한하고, 교섭의 대상 또한 임금, 근로시간 등 매우 협소한 근무조건으로 국한하고, 단체교섭의 효력마저도 법령이나 조례보다 후순위로 배치시켜버리는 ‘공무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이하 ’공무원노조법‘)’의 제정으로 귀결되었다. 공무원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오히려 제약하는 그 ‘특별법’조차도 공무원노조가 출범한지 4년이 지난 2006년에야 만들어진 것을 보면 권력의 우려감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특히 친기업을 내세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공무원노동자들과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은 폭압적으로 강화되었는데, 노동조합의 법적 자격을 빼앗는 수준을 넘어 노동조합을 불법단체로 규정하여 적대시하는 단계에 이르고 말았다. 그 탄압의 일단을 살펴보면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2009. 7. 13. “정권이 아닌 국민의 공무원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제호의 신문광고를 게재하였다는 이유로 행정안전부의 지시로 노조간부 16명이 형사 고발되었고, 참가자 105명에 대한 징계요구가 이루어졌다. 노동조합의 공식행사에 앞서 관례처럼 진행되어온 민주희생열사에 대한 묵념 등 ‘민중의례’ 금지공문이 시달되었고, 영원한 민중의 애국가로 불려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이 금지되었다. 2009. 11.에는 공무원복무규정을 개정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에 대한 일체의 비판이나 반대를 금하고, 심지어 구호가 적힌 리본이나 조끼의 착용조차 금하여 이를 위반하는 자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겁박하고 실제로 민중의례를 진행하였다는 이유로 징계를 의결한 사례가 발생하였다. 2009. 9. 21. ~ 22. 진행한 3개 공무원노조 통합과 상급단체(민주노총) 가입을 위한 조합원 총투표를 불법행위로 몰아 행정안전부, 국정원 등 정부기구들이 나서 투표에 참여하려는 조합원들에 대한 협박과 투표과정에 대한 감시와 채증, 징계, 노조탈퇴 공작 등을 통하여 조직적으로 투표행위를 방해하였다. 정부가 나서서 노동조합의 운영에 전면 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서슴없이 자행한 것이다.

2010.에 들어서자 행정안전부는 ‘공무원노사 불법관행 해소 추진지침’을 내리고 기관별 ‘불법관행해소추진단’을 구성하여 우호적인 공무원노사관계와 노동조합에 대한 통상적인 편의제공 등을 불법관행으로 몰아 추진지침의 실행에 미온적인 관리직 공무원에 대해 감독책임을 묻는 등 불이익을 부여하였다. 나아가 노동부는 해고자가 노조간부로 활동한다는 이유로 구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해 노조설립신고를 취소하고, 행정안전부는 이를 빌미로 대정부 교섭지위를 박탈하고, 53개의 지부 사무실을 강제로 폐쇄하였으며, 기관별 단체교섭을 중지시키는가 하면 기존의 단체협약마저 해지하도록 강제하고, 조합비 원천공제를 금지하고, 전임자에 대한 업무복귀를 명령하였다. 이와 같은 정부의 온갖 방해와 탄압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로 한 통합전국공무원노조를 출범시키자 정부는 82명의 해고자와 8명의 업무총괄자가 가입되어 있다는 등의 이유로 당시 13여 만 명이 가입한 노조의 설립신고서를 3차례에 걸쳐 반려하고 노조 자체를 ‘불법단체’로 규정하여 2010. 3. 20.로 예정된 노조의 출범식을 방해하고 참가자 전원에 대해 징계를 추진하였다. 그리고 그 탄압의 종결판으로 진보정당에 월 1만원씩 후원하였다는 이유로 교사․공무원 수천명(1차 273명, 2차 1,647명)을 국가공무원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하여 정당 후원이라는 최소한의 정치적 기본권에 대해서마저 공무원들에게 재갈을 물렸다. 문명사회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반노동적․반민주적 억압이 국가권력의 이름으로 버젓이 자행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그 만행의 끝이 보이고 있다. 힘내자 동지들.

어찌 정권이 아닌 ‘국민의 공무원’이 되는 길이 순탄할리 있겠는가? 군주의 신하가 아닌 국민의 봉사자로, 역사의 주체인 노동자가 되기 위한 길은 권력의 동원 대상이자 협조자였던 과거에 대한 뼈저린 성찰과 단절을 의미하는 길이기도 하다. 권력의 폭압적인 탄압에 굴하지 않고 15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명실상부한 노동조합으로 성장한 전국공무원노조와 조합원들에게 경하를 드린다. 언제나 국민과 함께 하는 공무원노동조합이 되길 바라며...

권영국(민변 노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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