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복지국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노동 민주화로 가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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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지방공무원 노동조합 자문관인 아스비에른 발은 최근 발표한 글에서 신자유주의 규제완화와 민영화가 낳은 폐해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신자유주의는)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부의 재분배를 낳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공에서 민간으로, 노동에서 자본으로, 빈자에서 부자로 재분배가 이뤄졌다. 사회 엘리트들에게로 부가 집중되면서 민간의 빈곤뿐만 아니라 공공의 빈곤도 크게 악화되었다. 달리 표현하면 복지국가의 발전을 상징했던 부의 재분배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아스베이른 발, 『지금 복지국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부글)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시켜왔던, 아래에서 위로, 공공에서 민간으로의 부의 역 재분배, 그리고 그 결과로서 복지 시스템을 해체시켜왔던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 시스템이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더하고 빼고 할 것이 없이 정확한 지적이다. 바로 그 신자유주의가 부의 역재분배를 심화시키면서 1%에게는 부를 집중시키고 99%에게는 부채를 집중시키는 결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낳았다. 아이러니 한 것은 지금 신자유주의자들이 위기를 극복한다면서 긴축을 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긴축은 공공부문의 역량을 회복시켜 위기를 돌파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공공 부문의 중심인 정부를 굶기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만들어낸 현재의 세계경제 위기는 결국 1%의 탐욕에 저항하는 99%운동을 촉발시키고 한국에서도 광범위한 복지담론을 급격히 확산시켰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실질적인 저항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올해 접어들면서 한국에서 1%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재벌에 대한 개혁과 경제 민주화 요구로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복지 담론의 확산에 이은 재벌개혁 경제 민주화의 확산은 분명히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고 우리사회의 진보로 가는 중요한 진전이다.

그런데 여전히 부족한 구석이 있다. 그 부족한 지점이 어디인지를 시사해주는 실태조사가 하나 발표되었다. 최근 법원에 의해 합법성을 인정받는 청년 유니온이 발표한 ‘청년 뮤지션 생활환경 실태조사’가 바로 그것이다. 홍대 근처를 무대로 하여 활동하는 이른바 ‘인디 밴드’ 뮤지션들은 음악을 자신들의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들의 평균 월 수입은 69만원이다. 그 조차도 절반은 음악으로 버는 수입 비중이 고작 10% 정도였고 대부분 수입은 음악이 아닌 강습이나 아르바이트로 번다는 것이다.

당연히 공식적으로 이들의 직업은 ‘무직’이다. 4대 보험 가입자 비율이 20%를 밑도는 것은 필연이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문제제기가 확대되고 있는 ‘비공식 부문 노동자’의 극단적인 한 사례다.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가장 잔혹하면서 파괴적인 영역은 복지의 후퇴나 경제 민주화의 후퇴 이전에 바로 노동 시장을 무법적 약탈지로 만든 것이다. 온갖 종류의 추악한 고용방식이 난무하고 외주나 용역, 파견이라는 이름의 수많은 고용 중간착취가 일상화되어 있고 무직과 자영업이라는 외피를 쓴 상상할 수 없는 고용계약이 사회의 온갖 구석에 펴져왔다.

외환위기 이후 15년 동안 노동시장에 가해진 무법적 질서는 ‘노동 유연화’라는 그럴 듯한 이름으로 총칭되었다. 바로 여기에 불평등의 기원이 있으며 아래에서 위로의 부의 체계적 역 재분배가 발생했던 토양이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중심으로 노동시장의 규율을 다시 세우고, 노동자의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되는 노동 민주화를 시작하는 것이 신자유주의가 낳은 고통의 뿌리를 최종적으로 제거하는 길이 될 것이다. 경제 민주화가 반드시 노동민주화로 발전되어야 하는 이유다.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bkkim21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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