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태종 이세민(599~649)과 조선 태종 이방원(1367~1422)은 700년 정도의 시대차가 있지만 비슷한 점이 많다. 개국에 가장 큰 공을 세우고도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점, 그래서 형제를 죽이고 보위를 양위 받은 점, 보위에 올라서 아버지를 ‘태상’으로 모신 점 등이 같다. 두 군주는 각각 50세와 55세의 길지 않은 삶을 살았다. 하지만 우리
죽은 자는 말이 없고, 김기춘과 우병우 등은 살아남기 위해 궤변으로 일관한다. 그런 와중에 각하는 헌재에서의 반격 기회를 엿보고, 최순실은 사악한 범행을 부인하려 든다.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 특위’라는 긴 이름의 청문회에 선 저들은 참으로 여유롭다. 그것을 지켜보는 우리가 오히려 미칠 지경이다. 박근혜-최순실-이재용 게이트의
우리 민족의 역사에는 왕조 교체가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5,000년의 유구한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왕조 교체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이것은 우리 왕조들의 수명이 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진 중국의 왕조 수명은 길어야 300년이었다. 일본은 중앙집권제가 아닌 봉건제였으므로 왕조 수명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지난 11월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87년 이후 가장 많은 시민들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그리 많은 인파가 모였음에도 별다른 불상사 없이 평화롭게 진행된 백만 촛불에 대해 언론은 찬사를 보냈다. 이쯤 되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책임을 지고 박근혜 대통령이 내려오고 뭔가 조금이라도 바뀔 줄 알았다.그런데 모두가 아는 것처럼 변한 건 없었다. 수능을
카프카의 작품들은, 카프카라는 작가적 존재 그 자체와 더불어, 이해불가는 아니더라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가장 잘 알려진 이나 , 을 비롯해, 현대 사회의 시스템적 불안과 관료적 부조리, 구조적 모순을 담아낸 대부분의 역작들이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년이 지난 그의 소설들이 지금까지 널리 세계적으로 읽히는 것은, 그의 이야기들
인사혁신처는 지난 6월 22일 「국가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한 데 이어 10월 11일 「지방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1963년 “행정의 민주적인 운영”을 포함하는 개정이 이루어진 이래 50여 년만에 법 목적조항의 내용까지 바꾸는 대폭적인 개정에 나선 것이다.인사혁신처는 개정이유로 ‘공직에
지난 토요일 밤, 를 살 떨리는 심정으로 시청했다. 함께 시청하던 사람은 반복되는 잔인한 장면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연신 ‘아이 무서워’하며 내 등 뒤로 몸을 숨겼다. 정말로 무서웠다. 눈이 퍼렇게 피멍이 든 채, 입에서 붉은 선혈을 흘리며 병원차로 옮겨지는 선생의 모습을 눈뜨고 보기 정말로 어려웠다. 살수차에 맞아 나뒹구는 허약한
새벽입니다. 종점을 출발하는 지하철은 아직 많이 한산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 이른 시간 또 어디론가 다시 떠나고 있습니다. 약간의 여유를 두고, 또 다른 일상이 시작되나봅니다. 반복적일지라도 틀림없이 미묘한 차이를 지닌, 그래서 늘 새로운 일상입니다. 대각선 쪽에 한 젊은 부부가 앉아 있습니다. 시종일관 아무 말 없이 노선표만 올려다보고 있군요. 그래도
교육부가 7월 13일 "민중은 개·돼지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는 망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에 대해 파면 방침을 정하고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상신키로 했다.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한 망언으로 국민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고 전체 공무원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켰다는 것이다. 나 전 국장의 발언이 공개된 지 4일 만에 전격적
좀비 나라로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것은 어느 놀이시설에 내걸린 간판이 절대로 아니다. 공포를 즐기려는 아이들이 킬킬대며 들어가 악악 고함지르며 호들갑을 떨다 ‘별것 아니구먼!’ 으스대며 빠져나오는 그런 환상의 공간이 아니다. 사실, 놀이란 안전한 시설에서 가능한 활동이다. 만약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우리는 유희의 시간을 쉽게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안전
테러는 잔혹하다. 비인간적이며 반생명적인 폭력이다. 반문화다. 우리가 테러를 비판하고 적대하는 이유다. 그러면서 우리는, 테러라는 조직화된 일상파괴, 사회해체, 생명멸살의 범죄적 네트워크에 반발 혹은 대항하여 설립된 또 다른 전 지구적인 폭력의 선, 전 세계적인 통치의 체계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폭력을 독점한 근대적 주권국가의 경계를 훨씬 넘어선 차원에서
서울시가 오는 10월부터 전국 최초로 노동이사제를 15개 투자출연기관에 도입하기로 했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여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노동이사제 도입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통합 노사 잠정합의안이 노조의 조합원 투표결과 부결되어 주춤하는 듯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4월 27일 ‘노동존중특별시 서울 2016’설명회를
팟캐스트가 종편(종합편성채널)의 대항마로 부상하는 것 같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종편을 제압(?)하면서 존재감과 힘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한국일보는 4월 23일자 기사 에서 “나꼼수의 뒤를 이어 우후죽순 등장한 진보 진영의 정치 팟캐스트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보수 종편’에 대응하는 진보진영의 미디어로 자리를 잡아가는
2016년 4월,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바로 지금도 정신 차릴 새 없이 여러 일들이 마구 벌어지고 있다. 우선, 20대 총선이 4월 13일 막을 내렸다. 여럿이 제안했던 것처럼 전략투표가 행해졌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 노골적 호남 지역정당이 출현했고, 확고한 3당 분할 체제가 들어섰다. 그만큼 중요하고 뼈아픈 것인데, 주류 정치는 별반 대수롭지
우리나라의 대표적 주거형태는 아파트이다. 비행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이나 김포국제공항으로 들어오며 내려 보면 즐비하게 늘어선 아파트를 볼 수 있다. 아파트공화국이다. 땅이 좁고 인구가 많은 탓도 있겠지만 인간을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자연의 일부로 바라보지 않고 자본주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소비자로만 바라보는 사고의 빈곤에도 원인이 있다. 자본주의 소비
20대 총선이 새누리당의 과반 미달에서 나아가 16년 만의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라는, 예상외의 결과를 낳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자-반민중 정책과 독선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 할 만하다. 한 동안 총선 결과를 해석하는 다양한 분석들이 제기될 테지만, 한 마디로 정리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패배다. 그 이상 덧붙일 것도
세월호 참사처럼, 신자유주의 체제에 구조적으로 잠재하는 위험성은 언젠가 파멸적 사건형태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 끔찍한 재난으로 현상한다. 전국 각지에 건설된, 재벌이 소유한 조선소와 화학, 반도체 등 대형 사업체들의 경우도 정확히 그러하다. 인명을 손상하고 목숨을 박탈하는 산업재해의 발생이 이들 현장에서 사실상 불가피하다. 노동자들이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
경향신문은 3월 17일부터 라는 타이틀을 걸고 “포기하지 않으면 미궁은 없다”는 신념으로 미제사건들을 추적하는 연재를 하고 있다.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이른바 ‘태완이법’이 2015년 8월부터 시행되면서 경찰청이 미제사건 전담팀을 정식 발족시킨 데 따른 기획이다. 응당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다.이 연재기사는 ‘동해 학습
애초 2월 23일로 예정됐던 사드 한국 배치를 위한 한미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이 미뤄지면서 한때 사드 배치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른바 미중 빅딜설이다. 중국이 고강도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받는 대신에 미국이 사드 한국 배치를 철회 내지 유보하고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었다.이를 뒷받침하듯 듯 존
알파고-이세돌 9단의 ‘세기의 바둑대결’ 열풍이 밀어닥치자, 정부에서 뭔가 대책이 나오겠구나 예상했던 이는 나만이 아닐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인공지능(AI) 총괄팀’을 새로 만들어 가동했다는 소식이 들리기가 무섭게 미래창조과학부가 국내 인공지능 산업을 총괄하는 전담팀을 신설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급기야 ‘지능정보사회 민관합동 간담회’ 자리에서 박근혜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