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됐다. 그는 지난해부터 3차례에 걸친 법원 자체조사에서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사건의 실무 책임자로 지목됐던 인물이다. 법원은 지금까지 사법 농단 수사와 관련해 청구된 압수수색영장 208건 가운데 185건을 기각했다. 기각률이 90%로 일반 사건의 기각률 15%대보다 압도적으로 높아 비난을 자초한 바 있다. 임종
지난 9월 18일에서 20일까지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회담은 한편의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5천년을 함께 살다가 70년 동안 갈라진 분단의 아픔을 뒤로 하고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 시대로 들어서는 감격과 흥분을 진정하기 어려웠다. 19일 발표된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현재의 남북관계발전을 통일로 이어갈 것을
4.27 판문점선언 이후 한반도에는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그동안 38선을 경계로 한층 고조되었던 군사적․정치적 갈등을 진정시키는 것을 넘어서서 동북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변화의 바람이다. 현란할 정도로 전개되고 있는 남, 북, 미, 중 간의 외교전의 흐름을 볼 때, 이 변화는 되돌릴 수 없는 양상을 띠게 될 것 같다. 물론
4.27 판문점 선언의 이행이 난관에 봉착해 있다. 8월말로 예정됐던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개소식이 미뤄지고 있다. 9월 중으로 예정됐던 남북 정상회담도 날짜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5일 남측의 대북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한다.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은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기본소득, 우리에겐 꿈일까?한국의 근로기준법에는 ‘무노동 무임금(No Work, No Pay)’의 원칙이라는 게 있다. 자본가들이나 경영진들이 노동자들과 임금 협상을 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일을 하지 않는 노동자에게는 임금을 주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 “일한 만큼 대가를 주는 게 자본주의 사회의 원칙 아니냐?”는 논리와 결합돼 매우 그럴싸한 권위를 갖는
한국의 국민총생산(GDP)은 독일의 절반도 안 되지만, 세계 10위의 군사비는 세계 9위인 독일 군사비의 90%나 된다. 한국은 매년 정부 재정의 약 15%를 군사비로 쓰고 있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대비 2.5배나 된다. 한국의 인구 1천명당 현역 군인 수(14명)는 자국 영토에서 쿠르드 민병대와 싸우는 한편 시리아 내전에도 개
1943년 인도의 벵골 지역에 극심한 기근이 들이닥쳤다. 무려 700만 명의 아사자(餓死者)를 낳은 이른바 ‘벵골 대기근’이다. 그런데 역사의 아이러니지만, 이 전대미문의 참사 속에서 인류는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잉태한다. 당시 벵골 지역에는 총명하고 마음이 따뜻한 한 소년이 있었다. 대기근의 참상을 목도한 이 소년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왜 가난
지난 6월 28일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하는 근거가 된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입영이나 집총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내년 말까지 병역법을 고치라고 정부·국회에 주문했다.헌재의 결정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병역기피로 취급하여 형사처벌을 가해온 법과 관행에 쐐
지난 1년 간 역사교과서 문제, 과거사 문제, 3.1운동100주년 기념사업 문제 등으로 여러 부처의 관료들과 이런 저런 회의를 가질 기회가 있었다. 당사자들이 알면 불편하고 불쾌하게 들리겠지만 그 만남에서 필자는 자주 무력감과 허탈감을 느꼈다.필자도 10여 년 전 3년가량 ‘짝퉁’ 공무원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돌이켜 보면 당시는 매우 활기가 찼던 것 같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가 충격적이다. 올해 1분기에 소득 5분위 배율(소득 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하위 20% 계층의 몇 배인지 보여주는 지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위 20% 계층이 한 달 평균 128만6700원(2인 이상 가구)을 벌어들이는 동안, 상위 20% 계층은 1015만1700원을 벌었다. 소득
드루킹 김모씨 사건으로 시끄럽다. 드루킹의 혐의는 포털사이트의 뉴스 댓글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사이버 활동으로 세력을 키우고 그 영향력을 이용하여 작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지지활동을 했고 대선이 끝난 뒤에 김경수 의원(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에게 인사를 청탁했다. 김 의원이 자신의 청탁을 거절하자 문재인 대통령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댓글을 조작했다는
2014년 5월 18일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에 무장병력 300여 명이 들이닥쳤다. 그리고 그들은 절규하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에게 캡사이신을 뿌리고 염호석 열사의 시신을 탈취해 갔다. 그때 우리는 확신했다. 이들은 인간이 아니라 악귀라고 말이다.2018년 4월 17일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삼성전자서비스가 지금까지 간접고용 형태로 착취해 오던 노동자 8,0
내년인 2019년은 3.1운동이 일어나고, 그 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민관 공동으로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기념사업의 방향과 방법 등에 대해 연구용역을 공모한 바 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이 연구사업을 맡게 되었고, 필자도 연구책임자로서 참여하게 되었다. 연구팀이 보고서
4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5월로 예고돼 있다. ‘현대사에서 가장 기절초풍할 외교회담’(CNN)으로 보도된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워낙 메가톤 급이어서 그렇지 남북 정상회담도 보통 이벤트가 아니다. 이 연쇄 정상회담이 국내 정세와 한반도의 운명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변화가 벌어지고 있다.
“요즘도 계속 경제부에서 일하는 거지? 네가 나이가 좀 있어서 그렇긴 한데, 지금이라도 정치부 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걸 고려해보는 게 어때?”“예?”서로 다른 조직에 몸담은 지 꽤 된 언론사 선배가 몇 년 전 만나 필자에게 한 조언이다. 사실 언론사 생활 대부분을 경제부에서 보낸 필자에게 그 조언은 너무 생소했다. 당연히 이유도 궁금했다.“언제까지 거기서
새해 들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 등에 대해서 세이프 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했다. 이번에는 우리나라와 중국을 포함한 12개국의 철강제품에 50%가 넘는 관세를 매긴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번 규제 대상에서 캐나다와 일본, 독일, 대만 등은 빠지고 유독 한국만 포함됐다.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력이 거셀 것이
2019년은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헌법 전문에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적혀 있다. 그러니 3·1운동이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3·1운동의 의미는 다양하다. 그 가운데는 독립운동의 새로운 주체가 등장하는 계기였다는 것도 포함
2017년은 미국과 북한 간 강대강 대치가 최고조에 이른 해였다. 미국이 주도하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작년 한 해에만 무려 4차례의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했다. 냉전 시기에 미국이 소련과 중국에 대해 펼쳤던 봉쇄 정책보다 더 강한 압박과 제재가 북한을 대상으로 가해졌다. 미국이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총집결하면서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자 북한은 그런 미국을 지
2년 전 한현우 주말부장이 쓴 ‘간장 두 종지’라는 칼럼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필자는 그 칼럼이 매우 불편했다. 간장 한 종지에 분노하는 한 아재의 속 좁음이 불편했던 게 아니었다. 그 칼럼에서 제일 필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대목은 이 부분이었다.“매식이 일상인 직장인들과 매식이 생계인 음식점 종사자들은 한상 부딪힌다. 서로 조심해야 한다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 결정을 선고했다. 통합진보당의 해산은 박근혜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한국 사회가 박정희의 유신 시대를 넘어 이승만 독재 시절로 퇴행한 것을 의미한다. 1958년 2월 25일, 이승만 정권은 조봉암의 진보당을 해산시켰다.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통합진보당의 약칭도 진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