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말이 없고, 김기춘과 우병우 등은 살아남기 위해 궤변으로 일관한다. 그런 와중에 각하는 헌재에서의 반격 기회를 엿보고, 최순실은 사악한 범행을 부인하려 든다.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 특위’라는 긴 이름의 청문회에 선 저들은 참으로 여유롭다. 그것을 지켜보는 우리가 오히려 미칠 지경이다. 박근혜-최순실-이재용 게이트의
카프카의 작품들은, 카프카라는 작가적 존재 그 자체와 더불어, 이해불가는 아니더라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가장 잘 알려진 이나 , 을 비롯해, 현대 사회의 시스템적 불안과 관료적 부조리, 구조적 모순을 담아낸 대부분의 역작들이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년이 지난 그의 소설들이 지금까지 널리 세계적으로 읽히는 것은, 그의 이야기들
지난 토요일 밤, 를 살 떨리는 심정으로 시청했다. 함께 시청하던 사람은 반복되는 잔인한 장면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연신 ‘아이 무서워’하며 내 등 뒤로 몸을 숨겼다. 정말로 무서웠다. 눈이 퍼렇게 피멍이 든 채, 입에서 붉은 선혈을 흘리며 병원차로 옮겨지는 선생의 모습을 눈뜨고 보기 정말로 어려웠다. 살수차에 맞아 나뒹구는 허약한
새벽입니다. 종점을 출발하는 지하철은 아직 많이 한산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 이른 시간 또 어디론가 다시 떠나고 있습니다. 약간의 여유를 두고, 또 다른 일상이 시작되나봅니다. 반복적일지라도 틀림없이 미묘한 차이를 지닌, 그래서 늘 새로운 일상입니다. 대각선 쪽에 한 젊은 부부가 앉아 있습니다. 시종일관 아무 말 없이 노선표만 올려다보고 있군요. 그래도
잠시 여행 다녀왔습니다. 해외로 갔습니다. 대한민국이 지겨워진 까닭이었습니다. 각하께서는 이 나라의 한참 높은 위상에도 불구하고 자기 폄훼하는 집단이 있다고 야단치십니다. 그렇지만 멀쩡한 제가 보기에도 이 나라는 헬인 게 맞는데 어떡하겠습니까? 지구 온난화로 인한 뜨거운 폭염 때문이 결코 아닙니다. 권력, 폭력의 무리한 양상들이 우리를 열 받게 합니다. 인
좀비 나라로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것은 어느 놀이시설에 내걸린 간판이 절대로 아니다. 공포를 즐기려는 아이들이 킬킬대며 들어가 악악 고함지르며 호들갑을 떨다 ‘별것 아니구먼!’ 으스대며 빠져나오는 그런 환상의 공간이 아니다. 사실, 놀이란 안전한 시설에서 가능한 활동이다. 만약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우리는 유희의 시간을 쉽게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안전
테러는 잔혹하다. 비인간적이며 반생명적인 폭력이다. 반문화다. 우리가 테러를 비판하고 적대하는 이유다. 그러면서 우리는, 테러라는 조직화된 일상파괴, 사회해체, 생명멸살의 범죄적 네트워크에 반발 혹은 대항하여 설립된 또 다른 전 지구적인 폭력의 선, 전 세계적인 통치의 체계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폭력을 독점한 근대적 주권국가의 경계를 훨씬 넘어선 차원에서
2016년 4월,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바로 지금도 정신 차릴 새 없이 여러 일들이 마구 벌어지고 있다. 우선, 20대 총선이 4월 13일 막을 내렸다. 여럿이 제안했던 것처럼 전략투표가 행해졌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 노골적 호남 지역정당이 출현했고, 확고한 3당 분할 체제가 들어섰다. 그만큼 중요하고 뼈아픈 것인데, 주류 정치는 별반 대수롭지
세월호 참사처럼, 신자유주의 체제에 구조적으로 잠재하는 위험성은 언젠가 파멸적 사건형태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 끔찍한 재난으로 현상한다. 전국 각지에 건설된, 재벌이 소유한 조선소와 화학, 반도체 등 대형 사업체들의 경우도 정확히 그러하다. 인명을 손상하고 목숨을 박탈하는 산업재해의 발생이 이들 현장에서 사실상 불가피하다. 노동자들이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
미디어운동장에 발을 들여, 그 동안 문화연대와 공공미디어연구소를 거쳤다. 이제는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직을 수년째 맡고 있는데, 돌아보니 제법 긴 기간이구나. 꽤 일이 많았던 시간이다. 그 동안 여러 활동가들을 겪었다. 부덕의 소치로 재미없이 헤어진 드문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우열 없는 동무로서 함께 움직이고 또한 동지로서 뜻을 이루려는 관계였다. 서로